찜통 더위, 힘든 시민을 생각할 때
찜통 더위, 힘든 시민을 생각할 때
  • 김규원
  • 승인 2024.08.13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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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3) 전주시 낮 최고 기온이 36까지 오른다는 예보다. 오후 3시경 체감온도는 37~8도에 이를 것이다. 벌써 18일째 이어지는 폭염경보 속에 지친 시민들은 이 무더위가 어서 지나가기 만을 바랄 뿐,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더위가 한창인 낮 시간대에 거리를 걸어보면 정말 햇볕이 바늘로 살을 찌르는 듯 따갑지만 마땅한 그늘막도 없고 운이 좋아야 은행이나 공공건물을 만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불과 몇십 미터만 걸어도 땀이 비오듯 흐르고 숨이 막혀오는 요즘이다.

이런 때에 가장 요긴한 것은 가끔 교차로 신호대기 장소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늘막이다. 신호대기 장소마다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가물에 콩 나듯 드물다. 이런 더위에는 언젠가처럼 길거리에 얼음과 음료수를 두어 더위를 식힐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신문과 방송 기사에는 전주시가 시민을 위해 더위 쉼터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자랑했는데 그 쉼터 36곳은 모두 동사무소(주민센터)에 마련되었다고 한다. 이 더위에 주민센터를 찾아가 더위를 식힐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하면 그것도 역시 그림의 떡이지 싶다.

주민센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나 잠시 쉬러 갈 수 있을 뿐, 거리에서 더위에 허덕이는 이들에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발상이다. 어쩌면 공무원들이 뭔가 생색을 내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12일 우범기 시장이 더위를 무릅쓰고 시내를 돌아보았다는 신문기사가 났었다. 어느 간이 정류소를 돌아보는 사진도 있었는데, 주민센터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가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파악했는지 모르겠다.

경향신문이 12일 강릉과 나주시가 설치한 그늘막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적은 예산으로 땡볕보다 2를 낮춰주는 그늘막을 자치단체마다 설치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부익부 빈익빈이어서 호남 지역은 상대적으로 설치된 숫자가 적다는 내용이었다.

그늘막은 행안부 지침에 따라 이용자가 많고, 인도의 폭이 3m 이상이고, 보행에 지장이 없으며, 차량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지장이 없는 곳 등을 선정해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준대로라면 전주시에도 몇 백 개 더 설치할 수 있을 듯하다.

막론하고, 이 더위에 걸어야 하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그늘막과 요소마다 얼음과 먹을 물을 두고 잠시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배려하는 위민 행정이다. 주민센터가 아닌 네거리에서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실 수 있다면 퍽 고마워할 것이다.

이 뜨거운 여름을 맨몸으로 견뎌야 하는 이들을 위해 자동차 속에서 별로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써주는 행정을 기대한다. 앞으로 며칠이 남았는지 모르지만 이 막판 더위가 가장 견디기 힘든 시기다. 마음만 있다면 당장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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