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제주도 갈라믄 군산에서 그럭저럭 갔는디, 인자 꽤 나 어렵게 생겼네.” 군산 지인 이야기다. 군산에서 제주 항공편이 가을부터 줄어든다.
현재 진에어 1편과 이스타항공 2편, 하루 3편이다. 10월부터 이스타항공이 제주행을 취소하면 점심때 1편만이 제주를 갈 수 있게 된다. 가뜩이나 항공 오지인 도민들로서는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07년 전북을 본거지로 시작했다. 홈페이지에 현재 서울 강서구에 본사, 사업장 소재지로 군산공항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전북하고는 무관하다.
원래 창업자인 이상직 대표가 국회의원으로서 자리하려고 ‘전북거점 항공사’라 이름하고 시작했다. 이제는 명분이나 실리 면에서 어느 하나도 만족시켜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굳이 군산공항을 사업장으로 이어나갈 이유가 없다.
지금 전주에서 제주를 가려면, 군산이나 광주, 좀 먼 청주를 이용한다. 티맵상으로 살펴도 전주·군산공항 간 거리 56km, 승용차로 1시간. 전주·광주는 98km, 1시간 반. 청주는 135km, 1시간 50분이다. 군산공항은 항공편이 적은 관계로 주변에선 군산보다 광주를 이용한 게 사실이다. “주말에 식구들하고 제주도 가요∼”하고 자랑하는 대부분이 광주공항을 이용한다. 공항까지 가는 시간이 군산이나 광주나 “별반 차이가 없다.” 생각한다.
“광주는 아침 일찍부터 비행기가 있어요. 당일치기 제주 여행도 가능해요.” 여행사 대표 이야기다. 현재 광주발 제주행 항공편은 하루 18편. 아침 8시55분 첫 비행기다. 제주발 광주행은 18시15분이 막 비행기. 청주는 새벽 6시50분 제주행 첫 비행기에, 막 비행기 저녁 20시35분. 하루 26편. 감히 군산과는 비교조차 불가하다. “이리 차이 나는데 군산에서 어렵게 제주행 비행기표를 구할 필요 있어요?” 되묻는다. 전주에서 제주로 수학여행 가는 어떤 고교도 청주·제주행을 선택했다. 청주는 ‘수요와 공급이 시장가격을 결정한다.’는 법칙과는 달리,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 경우다.
“새벽 2시, 세시에 일어나 3시간 반, 네 시간씩 버스를 타야 인천공항이니, 그때마다 전주 사는 게 싫다 싫어∼.” 지난달 유럽을 업무차 다녀온 분 고생담이다. “외국 한번 나갈라믄 새벽부터 뭔 난리냐구요.”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전주사람은 ‘죽을똥 살똥’ 새벽잠 설치고 몸살을 해야 한다. 시간 반, 두 시간의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을 가려 해도 비행시간보다 버스 타는 시간이 더 긴 지역이 전북이다. 고생이다.
“와∼ 네비상으로는 1시간 50분 나왔는데 실제 와보니 1시간 반. 인천 가는 거보다 훨씬 편하다.” 친구들과 일본 후쿠오카 방문차 청주공항까지 승용차로 전주에서 출발했을 때다. 현재 청주에서는 제주행 국내선뿐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 노선까지 국제선을 운항한다. 멀리 유럽이나 미주노선은 인천공항이지만, 도쿄나 오사카, 연길, 상해, 나트랑 등 가까운 외국을 다녀오고픈 전주사람에게는 차 타는 시간이 줄어 그나마도 다행이다. 주차장도 넓다.
/날개 단 새만금 국제공항, 항공사 부재/ /이스타항공, 동절기 제주노선 운항 중단/. 지난 8월 전북 주요 언론들의 헤드라인. 전북 거점 항공사를 표방했던 ‘이스타항공의 군산·제주노선 운항 재검토’로 불거진 보도다. 현재 군산공항은 초창기 군산·김포, 군산·제주에서 제주노선만 있다. 주한미군의 군산공항 활주로를 이용하고 있다. 전북도가 군산공항 유지에 지난 10년 동안 부은 돈만 57억원.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군산공항은 국내선에 한 해 하루 10회만 운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용 승객 부족으로 매년 수억원씩 적자다. 하루 규정 10회도 채우지 못한다. 운항편이 없으니 이웃 광주나 청주로 승객을 뺏기고 있다. 항공노선 없는 군산공항은 무의미하다.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의 당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항은 투자유치를 위해, 지역민 편의를 위해 필수요소다. 문제는 수요창출이다. 혹자는 “175만 인구 중에 광주가 가까운 정읍·고창·순창·남원 등은 이미 군산을 이용하지 않고 광주를 이용한다.”고 군산공항 무용론도 말하지만, 군산 교통권에 청주보다 가까운 충남 서천·보령·부여·논산이 있기에 서로 상쇄된다. 공급이 확대되면 얼마든지 청주처럼 수요가 늘 수 있다.
강원자치도 양양에는 ‘파라타항공(플라이강원)’. 청주공항에는 ‘에어로케이’가 거점 항공사로 있다. 당초 강원도의 투자로 출범한 ‘플라이항공’이 코로나로 경영난 끝에 위닉스에 인수되었지만, 양양에서 다시 하늘을 날기로 했다. 직원들도 그대로 승계했다. 참고하면 양양 한해 이용 승객 17만명. 군산 2022년 40만명이 넘었다.
대한민국 절대오지(奧地) 전북의 위기를 넘어설 굿 아이디어는? 위기 끝에 성공이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새만금국제공항 등 미래를 위해서도 민항사에 매달리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 전북도와 운수업체의 과감한 투자. 새 모델 탄생.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 이제 옛말이다.
김정기(前 KBS전주 편성제작국장). PD. 1994년 다큐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시작으로 ‘무주촌 사람들’ ‘키르기즈 아리랑’을 만들었다. ‘지역문화’와 ‘한민족 디아스포라’에 관심이 많다. 전북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