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코앞이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몸을 아끼고 건강을 챙기는 휴식 기간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의료대란 때문이다. 어떤 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이번 추석엔 생선도 먹지 말라고 할 정도로 몸조심을 권고했다.
자칫 들떠서 여행에 나섰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정부의 마구잡이 의료정책이 빚은 의료계의 반발이 반년을 넘어서고 있다. 응급환자들이 응급실을 헤매다가 희생되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몸조심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여행, 운동도 살얼음 걷듯이 주의를 거듭 강조한다. 어떤 이는 이럴 때는 혹시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상대와 다투지 말라고 권고할 정도다. 감정이 격해져서 몸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다칠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하자는 말이다.
언급했듯이 이주영 개혁신당 국회의원은 최근 응급실 환자 이송 지연 사태가 빈발하며 추석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벌초도 자제하라”는 등 최대한 보수적인 생활을 하라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JTBC ‘오대영 라이브’에 출연해 “추석 연휴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미 인프라가 다 무너졌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교통사고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마 병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벌초도 가능하면 자제하면 좋겠다. 생선전 같은 거 드시지 마시라. 아이들 혼자 두지 말라. 이런 이야기를 지인들끼리 주고받을 정도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의원은 올해 초까지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10년간 일한 의사였다.
이 의원은 특히 추석 이후 ‘진짜 위기’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병원에도 환자가 몰리는 시기가 있는데 그게 대체로 가을부터”라며 “가을이 되면 온갖 호흡기 질환들이 소아와 성인을 가리지 않고 창궐하기 시작한다. 특히 노약자의 경우에는 별것 아닌 호흡기 질환으로도 중증으로 이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을이 지나고 나면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들은 더 돌이킬 수 없게 번아웃이 올 것이고 이탈은 가속화될 텐데 지금 저 현장으로 들어갈 엄두를 낼 의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의 칼날이면 모든 국민이 굴복할 것으로 알았던지 정부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고 밀어붙였다. 이에 반발한 5대 의료기관 전공의들이 근무 현장을 이탈하면서 의료대란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의료대란은 여당에 도움은커녕 의사들과 국민의 반발만 불러왔다. 총선 결과는 여당의 참패였다. 그리고 잇따른 의사들의 반발로 환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고 정부가 뒤늦게 이런저런 유화책을 냈지만,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전공의와 일부 의사들의 반발은 의료 현장을 초토화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오는 2026년 대입 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타협 가능성을 비쳤지만, 전공의와 의료계는 여전히 콧방귀도 뀌지 않고 ‘원점 논의’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다가 추석 명절을 맞았다.
정부는 무서운 검사의 칼날도 환자의 생명을 쥔 의사들에게는 전혀 겁을 주지 못한다는 걸 늦게야 깨달았을 터이지만, 불통의 쇠고집은 여전하다. 어쩌면 지금쯤은 ‘검날’로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제는 ‘고집 : 밥그릇’의 겨루기에서 무고한 환자들만 고통과 희생을 당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웬만한 환자는 병원의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현실에 국민은 답답하고 분통이 터진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표 0.74%P 차이로 최고 권력을 잡았다. 취임 이후, 막강한 힘(?)을 어퍼컷 휘두르듯 행사하면서 각종 오류와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사과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고집과 실정은 결국 국민의 불편과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정부와 의료계의 다툼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꼴이다. 그뿐만 아니다. 나라의 각종 제도와 살림살이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은 위험에 노출돼 전전긍긍(戰戰兢兢)이다.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는 것이다. 무정부 상태라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틀후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연휴에 들어간다. 그런데 국민은 이 좋은 명절 연휴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움직이는 일은 다칠지 두렵고, 맛있는 음식도 배탈이 두려워 맛나게 먹을 수 없다.
모든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기 십상이다. 앞에 지적한 대로 이제 본격 가을이 되면 만성 질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야 하고 의료 수요가 엄청나게 느는 시기라는데 의사가 없는 현장이라니 정말 환장하고 미칠 일이다.
뒤늦게 정부는 별의별 대책을 다 내놓고 있지만, 의사들 협조 없이는 어림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 전에 서로 원만하게 조율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정부의 똥고집으로 기회를 날렸다. 이제는 의사들이 주도권을 잡은 것 같다. 의사들은 이미 정부의 약점을 잡아버린 마당이어서 끝까지 가보자고 대들 듯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식 때, 약속했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윤 대통령을 통해 충분하게 경험했으니 이쯤에서 끝내자.
그리고 윤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중하게 생각한다면 반반씩 물러서서 일을 풀어가자. 제발 윤 대통령과 보건당국은 아집을 버리고, 의료계 또한 밥그릇을 국민을 위해 조금만 양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