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노을이 아름다워야
(기자수첩)노을이 아름다워야
  • 이옥수
  • 승인 2008.07.22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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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노을이 아름다워야 
 노을은 햇빛이 수증기와 미세 먼지에 산란 돼 생기는 자연 현상이다.
 저녁 무렵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로 갈수록 노란 색에서 주황으로, 그리고 빨강으로 점점 더 붉게 변한다.
 우리 나라에서 ‘최고 노을’이라고 하면 변산반도 격포의 채석강을 꼽는다.
 ▲흔히 인생의 말년을 낙조(落照)에 비유한다. 세상 사람들은 해가 지는 노을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인생 노을을 구경거리로 삼길 좋아하고 실제로 그 결과가 어떠한지 늘 지켜본다.
 특히 주목을 끄는 이른바 물 좋은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의 말년에 대해 관심이 크다. 이런 세태(世態)는 동서고금이 다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올바른 거래는 기대할 수 없고 진실은 거짓으로 간주된다. 좋은 친구는 적고, 최고의 봉사를 하고도 최저의 대가밖에 받지 못한다. 이게 오늘의 세상이다.” 요즘 얘기가 아니라 17세기 작가 발타자르 그라시안(Balthsar Gracian)의 ‘세상을 보는 지혜’ 속의 글이다.
 책엔 이런 내용도 있다. “백번 잘하기보다 한번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찬란한 태양은 아무도 보려 하지 않지만 지는 해는 모두 보려 한다. 세상의 평판(評判)은 말년에 그대의 과실을 험담한다.”
 세상살이의 근본은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인생 법정의 평판에 신경을 쓰는 것은 그런 탓인지 모른다.
 ▲사실 사람만 평판에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다. 강아지도 말만 못하지 평판에 신경을 쓴다.
 길을 가다 다른 개를 만나면 재빨리 온몸의 털을 털고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런 다음 저쪽의 반응이 괜찮다 싶으면 으쓱거리며 얼굴 가득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이러니 사람이야 두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해가 질 때 노을이 아름답듯,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 그래야 내일의 밝은 해가 뜬다. “이 세상의 끝에 남는 건 따뜻한 마음씨로 쌓아올린 덕행(德行)뿐”이라는 법정스님의 말이 생각난다.       부안=이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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