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무엇이 문제인가?
사립학교, 무엇이 문제인가?
  • 승인 2007.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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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주 H사립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죽도(竹刀)로 과잉체벌 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궈 전국적으로 논란이 됐다. 며칠 뒤 정읍 L사립중학교에서는 교사와 여중생의 원조교제 파문이 일어나 다시 한 번 사립학교에 대한 전북도교육청의 지도.감독 소홀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사립학교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해마다 반복되는 사항으로 도교육청은 그때마다 ‘사후약방문’식 처리에만 급급했다. 사립학교,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본다.

 

△교원 징계와 학사운영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 사립학교 관할은 중학교의 경우 각 지역교육청이, 고등학교는 도교육청이 맡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사립학교 내에서 벌어진 모든 사안에 대해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권한은 감사팀의 조사와 징계 요구 뿐, 더 이상 어떠한 강요나 제재방법은 없다.

이는 사립학교법에 교원의 면직이나 징계의 주체가 이사장으로 돼 있고, 도교육청이 할 수 있는 권한 명시는 지도․감독 외에 전혀 기록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립학교의 경우 교육청 감사팀이 학교를 방문해 사건을 조사하고, 교육청 내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사의 징계를 결정한다.

반면 사립학교는 교육청의 징계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학교 재단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사의 징계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교육청은 교사의 징계 요구만 할 수 있으며 학교 측에서 교육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더 이상 뭐라 할 이유는 없다.

학사운영도 마찬가지. 사립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권한이 이사장에게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주요과목만 집중 편성, 교육과정을 이중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예체능과목 교사를 덜 뽑고 주요과목 교사를 더 채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공립학교의 경우 도교육청 직속 관할이고 모든 인사권이 도교육청에 있기 때문에 업무의 지시를 잘 따라줄 수밖에 없다”며 “사립학교는 모든 권한이 재단의 이사장에게 있기 때문에 장학지도를 나가도 협조를 잘 안 해주는 경우가 빈번해 어려움이 없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교원임용과 학교장 임기

교육청이 사립학교에 관여할 수 없는 또 하나는 교원임용권.

도교육청에 따르면 사립학교에서 이사장은 신임교원의 임용권과 교장의 임명권을 갖고 있으며, 결원이 생길 경우 자체적으로 채용한 후 교육청에 보고만 하고 있다.

물론 신임교원을 임용할 때나 교장을 임명할 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정상적인 학교의 경우 이사장의 뜻이 거부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적인 권한은 재단의 이사장이 갖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교원임용이 재단에 의해 바로 채용되기 때문에 금품수수, 친인척 경영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며, 결국 교원신분이 재단에 의해 마음대로 좌우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원조교제 파문이 일어난 정읍 L사립중학교의 경우 파문의 장본인인 조모 교사는 이사장의 아들이며, 이 학교 교직원 10명 중 4명인 40%가 가족관계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 학교 설립자의 부인 유모 씨가 제4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교장과 교감, 행정실장, 교사 등 절반에 가까운 교직원이 친인척 관계로 이뤄져 사립학교 경영에 많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학교장 임기 또한 사립학교에서 빠질 수 없는 문제.

사립학교법에 학교장의 임기는 4년을 초과할 수 없고 1회에 한 해 중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부 사립학교 교장들은 한번 임명된 이후부터 정년을 초과하도록 근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국감자료에 의해 도내 정년을 초과한 교장은 5명이나 되며 최고령 교장은 김제 모 고등학교 교장의 78세였고, 30년 이상 교장을 해온 경우도 1명으로 최고 36년 동안 교장직을 맡아온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전북지부 관계자는 “도내 일부 사립학교는 인사위원회 조차 없고, 있어도 규칙이 없는 곳 많아 교장과 교감, 교사 임용에 이사장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친인척 학교경영과 잘못된 학교 운영을 막기 위해서는 사립학교의 교원 채용단계부터 철저한 지도․감독을 통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급한 사립학교법 개정

이처럼 사립학교법이라는 커다란 벽 앞에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권한은 그저 권고와 요구뿐이며, 마지막 최후의 수단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학교 시설비 제한 정도라는 게 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시에 따라주지 않을 경우 재정결함보조금을 지원해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제재방법이다”며 “하지만 이럴 경우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돼 실질적으로는 이마저도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청이 사립학교에 관여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교육청에서 학교에 강제성을 띨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사립학교에 대한 지도․감독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원임용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보장되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피해를 최소화 해 제대로 된 학교 운영을 할 수 있는 대안의 사립학교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 개정 외에는 사립학교에 전혀 손을 댈 수 없다는 도교육청.

해마다 터지는 사립학교 문제를 법을 이유로 수수방관한 채 두고 보기 보다는, 법 개정을 추진하거나 또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등 뾰족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때이다./조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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