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의원들이 ‘참여정부 계승을 조건으로 한 대통합 참여’로 사실상 ‘사수’의 입장을 밝힌 가운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각 정파별로 오픈프라이머리전 ‘세미리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도 참평포럼 강연에서 “대통합을 위해 노력하되 후보를 내세워서 대세 경쟁을 하면서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 전 장관은 9일 있었던 지지자 모임 창립식 축사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상의해 가면서 적절한 때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뭐 꼭 하고 싶어서, 뭐가 되고 싶어서 옳지 않은, 필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 이런 것도 저하고는 안 맞지만 ‘뭐 꼭 해야 되는데,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은데, 아. 뭐 고달파서 나는 못하겠다’ 이것도 제가 아니라는 거는 여러분도 잘 아시지 않냐”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 전 장관은 “공직자 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은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 국가발전, 국민의 행복, 정치발전 또 길게 보면 정당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이런 확신이 있어야 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아직 어떤 판단을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시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지만 ‘내가 뭘 한다.’ 이런 것보다는 ‘무얼 어떻게 하는 것’이 원래 5년 전에, 제가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의 ‘그 마음, 그 생각, 그 목표와 일치하는가?’ 이런 것들을 판단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선 출마와 관련한 지금의 심정을 털어놨다.
이에 앞서 유 전 장관 지지자들은 9일 대방동 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회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지모임인 ‘시민광장’ 창립식을 가졌다. 지난 5월 25일 출범한 ‘시민광장’의 회원 수는 20여일사이 급증해 11일 현재 1400여명을 넘어섰다.
친노진영의 대선 예비주자들도 연이어 대선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11일 신기남 전 의장이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며 18일에는 김두관 전 장관의 출판기념회가 예정돼 있다.
김혁규 전 지사는 “다음달 초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밝혔고 한명숙 전 총리도 6월말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유 전 장관도 6월말이나 7월 초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최근 ‘친노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것에 선을 그으며 사실상 제3지대파에 합류할 뜻을 보여 왔다.
한편 친노의원들이 “참여정부 승계, 질서 있는 대통합이 아니면 탈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열린우리당내에서 친노 예비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세미 리그’가 펼쳐질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백원우 의원은 “모두 배가 침몰한다고 배에서 뛰어내릴 때 배와 함께 최후를 준비하는 선장의 심정으로 당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통령 후보가 중요하다”며 “민주정부 10년을 계승하는 후보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탈당 여부와 관련 백 의원은 “당 지도부가 책임있게 통합을 추진할 경우에 그들과 함께 하겠다. 결코 혼자서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사실상 ‘당사수’ 입장을 밝혔다.
의정연 소속인 백 의원은 친노의원들을 결속하며 사실상 친노진영내 ‘전략통’으로 활약해 왔다.
참정연 전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질서 있는 대통합”을 강조하며 “참여정부나 대통령을 부인하는 식의 정통성을 따질 수 없는 통합 흐름에는 함께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선 때까지 원칙 없는 합의를 할 필요가 없다”며 “후보 연대라는 방법도 있으니 미리부터 당을 깰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동북아평화위원회의 김태년 의원은 “16명의 추가탈당파의 방법은 옳지 않다”며 “무질서한 탈당으로 당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통합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참여정부를 실패로 규정하는 신당에는 갈 수 없다”며 “미리 나가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개혁당 출신 김원웅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열린우리당을 부정하고 열린우리당에 몸담아왔다는 것을 마치 죄지은 것처럼 생각하면서 열린우리당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그는 “열린우리당 해체가 아니라, 당당히 대통합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혁규 전 지사도 9일 “질서 있는 통합이 아니고 반참여정부의 기치를 들고 하는 방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기남 전 의장도 “‘당의 정신, 창당정신을 사수한다’라면 사수라는 이름을 듣겠다”며 열린우리당 해체를 전제로 한 통합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에 남은 의원들과 친노 진영의 대선 예비 주자들을 중심으로 오픈프라이머리 전의 ‘세미 리그’가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들은 질서 없는 대통합은 ‘총선용’일 뿐으로 무의미하며 후보들간의 정책 경쟁과 ‘후보 연대’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