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은 출발부터 각종 특혜의혹과 더불어 광고시장 붕괴, 변형된 여론조작, 민주주의 상실 등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태동됐다. 염치가 있는 신문사(종편)라면 이날만큼은 종편개국을 알리는 소식을 제외했을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라고 한 것이다.
어찌됐든 그들은 국민들과 동종 언론사를 비웃듯 자기들만의 잔치를 마음껏 뽐내며 폭죽을 터트린다. 속내로는 어떻게 해서라도 투자금을 빨리 뽑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2011년 12월1일은 한마디로 신문과 인터넷, 방송까지 올바르지 않은 보수의 물결로 뒤덮은 ‘그들의 잔치’가 시작된 날로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무엇을 얻기 위해 신문과 방송 겸업을 허가했을까. 그들은 왜곡된 보수를 대변하는 신문으로 알려진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방송을 허용하면 한국의 언론을 장악할 수 있다고 믿었을까. 그렇다고 미디어렙법도 만들지 않고 방송 송출을 허용하는 정부가 지구촌에 또 있을까.
법과 질서를 어기면서까지 서둘러 그들에게 방송을 허락해야 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그리고 쪽도 팔린다. 같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4개의 대형 종편이 등장함으로써 여론의 다양성 확보와 다양한 정보가 국민들에게 전해지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축하를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심정은 참담하다. 여론의 다양성은커녕, 여론을 독과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문과점에 이어 방송까지 과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 신문 판매부수를 늘리기 위해 백주대낮에 몽둥이를 들고 집단싸움도 불사한 전력이 있다. 오죽했으면 “신문 끊기가 담배 끊는 것보다 어렵다”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였다.
종편 출범 후 여러 형태의 문제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이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광고시장 불균형이다. 기존 광고시장의 질서가 파괴된다. 신문이나 방송 가릴 것 없이 언론사의 광고수주는 기업의 자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즉 언론사에 광고가 없을 경우 곧 폐업으로 이어질 정도로 언론사들은 광고수주에 목숨을 건다.
특히 필자가 소속된 전주일보와 같은 지역일간지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한다. 특히 전북은 기업체가 전무한 관계여서 행정기관과 일반 독지가들의 지원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다.
한마디로 전북지역은 척박한 언론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언론 환경을 가진 자치단체로 우리 언론인들은 스스로 말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시장에 4개의 종편이 한꺼번에 출범한 것이다. 당연히 지역일간지로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의 출범을 축하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얼른 생각하면 채널이 다양해졌다. 또 시청자의 채널권이 확보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종편 운영 또한 자갈논 팔아서 투자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1조원대의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방송사다. 비록 케이블과 인터넷 텔레비전(IPTV)을 통해 전파를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이지만 지상파 못지않은 자본이 소요된다. 더욱이 이들 4개 종편사들은 한국방송공사처럼 일정한 시청료를 받지 못한다.
모두 광고수주를 통해서 수익을 얻어야 한다. 필자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점도 바로 이대목인 것이다. 종편 출범 이전부터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 광고를 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속된말로 종편에게 찍힐 경우 모기업인 대형 신문사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편의 시청률 또한 미지수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10%대의 시청률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종편의 경우 1% 남짓한 시청률이 예상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럼에도 종편사들은 지상파의 70%에 해당하는 광고료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광고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과 KT는 종편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 대한항공은 조선일보 종편에 3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는 4개 종편사에 모두 83억여 원을 투자했다. 솔직히 기업들이 종편에 투자한다는 것은 수익을 염두에 둔 재무적 판단이 아닌 앞으로 언론과의 관계를 계산한 보험성격이라는 것이 주변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냥 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 나서 잘못된 종편을 감시해야 한다. 그냥 놔두고 보고 있으면 방조 아니면 묵시적 동의로 비쳐질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두 눈 부릅뜨고 미디어렙법 제정 등 정론직필의 언론 순기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들 종편사들과 협약을 맺은 지역언론사들도 종편을 빌미삼아 억지성 광고수주를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편집국장 신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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