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디어 대재앙 시작되는 날
오늘은 미디어 대재앙 시작되는 날
  • 전주일보
  • 승인 2011.12.0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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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종편)이 오늘 개국을 한다. 정부가 무슨 이유로 왜 종편을 허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됐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채널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언론계에서는 기존의 언론시장이 붕괴되는 하나의 사건으로 진단하고 있다.

사실 종편은 이명박 정권이 보수 언론에게 준 선물로 규정할 수 있다. 종편의 탄생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지난 2009년 7월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와 종편, 보도전문채널의 일정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신문들에게 방송을 겸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신문 등 4개 종편은 오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합동으로 개국 축하쇼를 열고 공식적인 방송을 시작한다.

종편출범은 생각하기에 따라 명암이 좌우된다. 야당을 비롯한 진보측에서는 향후 보수를 대변하는 언론사들이 언론시장을 보수성향의 물결로 만들겠다는 한나라당의 술수에 불과하다며 애써 평가를 절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반면에 전국언론노조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강택 위원장은 “종편은 언론시장을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기획에 따라 탄생했다”며 “이 나라의 반민주성과 낙후성이 결합한 산물이 바로 종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그렇다 치더라도 종편의 출범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적 판단에 앞서 다양한 채널 선택권을 시청자들이 가질 수 있는 순기능적은 측면은 분명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광고시장의 질서 붕괴가 큰 문제로 등장한다.

국내에서 전파를 송출하고 있는 모든 채널은 공영방송인 KBS-1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업에서 제공하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는 KBS-1 또한 겉으로는 직접광고는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그램 제작비를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표현하면 공중파를 생산하는 방송사들은 광고영업을 하지 않고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러 환경으로 방송사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치열한 광고수주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종편의 등장으로 광고시장 또한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체제로 전환될 조짐이다.

현재도 광고시장은 매우 열악하다. 특히 신문의 경우 하향세가 뚜렷하다. 인터넷과 각종 미디어에 밀려 겨우 숨을 쉬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만약 종편들 뜻대로 종편들이 힘의 논리를 내세우며 광고시장에 직접 뛰어들 경우 사실상 기존 광고시장의 질서는 붕괴된다.

결국 방송과 신문의 질은 떨어지고 오로지 광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광고수익이 급감하는 중소 언론사들은 경영 기반이 위협 받게 될 것이고 결국 다채로운 여론의 다양성, 즉 언론의 순기능은 찾아볼 수 없는 언론환경이 점쳐진다.

이 때문에 전국의 중소 신문사들은 종편들이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것은 언론계의 기반을 뒤 흔든다며 정부는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종편들은 광고주들에게 무리한 광고단가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벌써부터 광고시장을 약육강식의 무한경쟁 체제로 내몰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실 종편의 입장에서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모기업인 신문의 힘(?)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전파를 송출하고 있는 지상파 3사는 광고판매대행사를 통한 간접광고 수주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종편들은 직접영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인 SBS도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고 MBC도 직접 영업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종편 4개사와 지상파 방송 3개사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경우, 신문 광고 시장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내 광고 시장의 전체 규모가 종편 4사가 출범하는 만큼 확대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종편은 출범 후에도 기업과의 광고 직거래, 프로그램 편성 규제 완화, 방송발전기금 납부유예, 중간광고 등 각종 특혜까지 향유하고 있다.

더욱이 종편들은 시청률에 대한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기존 지상파 방송에 버금가는 광고단가를 요구하고 있어 정부의 조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신문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종편 광고 직접영업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관련 법안을 조속히 제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나라당 스타일로 봐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신문과 방송의 순기능적 가치는 수치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언론은 한 나라의 자존과 긍지, 그리고 민주적 사고를 키우고 보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나라와 정부는 오늘보다는 내일의 대한민국을 그려보며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성숙한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작금의 사태를 직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집국장 신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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