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없는 교과부와 대학퇴출
비전없는 교과부와 대학퇴출
  • 전주일보
  • 승인 2011.11.1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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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최고의 지성을 양성할뿐더러 나라의 장래를 좌우하는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교육이나 중등교육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최소한도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에서 어느 누구에게나 모두 적용되고 있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의 형편이 고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우리는 중등교육 범주에 넣고 있는데 이를 구분하지 말고 학교 단계를 하나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하나로 묶는 것은 의무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국력의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세계 역사상 그런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세계가 떠들썩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으로 복지 논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지만 대학은 중등교육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대학은 전문교육을 통해서 나라에 봉사할 수 있는 기틀을 갖추는 곳이다.

진리를 탐구하고 학문을 연마한다는 대학의 기본목표는 한마디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 이끌어가는 원동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를 담당할만한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이 급선무다.

우선 먹고 살아야 하는 생활인에게는 구태여 전문 과정까지 배워야 할 필요가 없다. 중등교육만으로도 세상 살아가는데 아무런 불편도 없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해 낼 수 있는 자신과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등교육의 특징이다.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전문지식을 획득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으로 구별되는 문과계통이나, 의학이나 공학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이과계통의 전문분야는 그 방면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일이 된다.

물론 나도 한 번 해보겠다는 결심이 서게 되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 방면에 아무런 소질도 없고, 소양도 없는 사람이 “남이 장에 가니까 나도 따라 가겠다”는 식으로 해서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과거부터 학문에 대해서는 비교적 욕심이 많았던 민족이다. 가난했던 선비들도 자식 교육만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해야 된다는 결심이 대단했다.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해서라도 자식교육은 시켜야 되었다. 배우지 못한 설움을 마음껏 풀 수 있게 된 것은 일제의 질곡에서 벗어나면서부터다. 일제는 많이 배운 사람이 나오면 자주독립운동이나 하는 불령선인(不逞鮮人)의 소굴이 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가능한 한 조선인의 대학교육을 막았다.

조선인 유지들이 민립(民立)대학을 추진하자 이를 막기 위해서 경성제국대학을 세웠다는 것은 일본 식민지 정책의 우민화 교육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속한다. 경성제대는 광복 후 서울대로 변했지만 일제 때에는 총독부 관료를 양성하는 첨병이었을 뿐이다. 지금 한국의 경제부흥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놀란다.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의 저력을 높은 교육열로 손꼽는 수가 많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걸핏하면 한국의 교육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경제성장의 밑 걸음을 높은 교육열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대는 과히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확실한 지식을 가지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일을 수월하게 풀리게 한다.

우리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일에 임한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배웠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대학은 늘어났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 무려 84%가 대학에 들어갔으니 이런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초창기에 유수한 사립대학들이 고생을 하며 일궈낸 업적을 뒤에 신설된 대학들은 너무나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약간의 자금만 투자하면 사립대 하나 설립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하여 지역구에 대학을 유치하는 것을 큰 생색으로 알았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대학이 난립한 것은 이런 연유가 있어서다. 이를 관장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민의 세금을 조화롭게 사용해야할 책임이 있다. 사립대 하나가 설립되면 교과부의 업적이 아니라 그에 소모되는 막대한 국고지원을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

교직원 처우와 학교설비에 대한 지원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꼭 필요한 대학이라면 어떤 역경이 있더라도 반드시 세워야 하지만 불요불급한 전문과목을 표방한 대학을 양산해서 어디다 쓸 데가 있단 말인가.

인구 5만도 못되는 군 단위대학이 늘어난 것은 전적으로 교과부의 비전 없는 정책에 있다. 이번에 명신대와 성화대가 퇴출된 것은 이런 지적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대학경영부실과 등록금 횡령 그리고 전임교수 부족, 수업일수 미달 등의 폐교 이유는 변명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이를 방조한 것은 교과부다. 장래가 아득한 대학퇴출은 당연하지만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교과부 책임자도 응당 처벌 받아야 한다. 비리대학만 퇴출시키고 교과부는 배 내밀고 거드름을 빼서는 안 된다. 대학설립 등 중요한 교육정책을 잘못하여 국가사회에 누를 끼친 교과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한국정치평론가협회 회장  전  대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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