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일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국회가 새롭게 구성되고 개원하는 개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라는 꾸지람으로 개원식 불참을 합리화했다는 소식이다.
국회를 정상화하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다. 대통령이 국민의 눈에 들도록 정치를 잘했더라면 당연히 여당 의원이 많이 당선했을 터이다. 국민은 대통령과 여당을 견제하라고 야당 의원을 많이 선출했다.
그래서 여소야대 국회가 되었고 국민은 정부와 여당 뜻대로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총선 이후에도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권이다. 지난 8월 29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3%였다.
지난 대선 직후였던가? 윤 대통령은 선거 결과 0.78%를 더 얻어 당선한 일을 두고 당선했으면 되었지 득표율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마이 웨이my way’로 돌아가 막강(?)한 어퍼컷을 자랑한다.
발탁하는 인사마다 문제의 인물(친일 극우 성향)이고 다수 국민의 생각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말은 선거 때 전략용으로 살짝 보여준 보호색 같은 것이었을까? 대통령 선거가 임금을 뽑는 절차였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고용노동부장관에 임명된 김문수는 인사청문회 당시 ‘일제강점기 선조 국적은 일본’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는 지난 3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에서도 위성곤 의원의 질문에 “대한민국이 일본에 의해 식민지화되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다음날 KBS라디오에 출연해서도 1965년 한일회담에서 식민지배 무효화를 합의했더라도 “1910년 한일강제합병이 없는 사실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선조들은 일본 국적이라고 봐야 한다.”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들 친일세력이 이처럼 일본의 강제 조선 합병이 역사적 사실이고 당시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하나, 그들의 아버지나 조부 세대가 일본에 충성하여 이익을 취하고 조선인 위에 군림했던 사실을 정당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친일 인명사전도 없애고 부끄러운 조상들의 과거를 역사에서 지우고 싶을 것이다. 아울러 일부 세력은 아직도 일본을 그리워하고 일본의 신민으로 살고 싶어 한다. 아마 그들 가운데 일부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에 남아 조선인으로 둔갑해 산 토착 왜구 후손일 것이다.
국가 보훈부가 광복회(회장 이종찬)가 관리하는 광복회관의 2025년 예산을 작년 예산과 동일한 액수로 책정했다고 한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는 뜻으로 지난 8.15 광복절 정부 행사를 백범 기념관에서 따로 치렀던 광복회에 대한 압박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훈부의 자료에 따르면 광복회관 관리비 예산액은 30억 2,700만 원으로 올해 예산액과 같다. 보훈부는 당초 광복회관 관리비 예산액을 36억9,800만 원을 요구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는데 기재부 심의 과정에서 6억7,100만 원이 줄었다.
광복회는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단체로 친여 성향을 보여왔으나 지난번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하여 따로 광복절 행사를 치렀다. 대통령실은 이종찬 회장에게 광복절 행사 참석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보훈부는 광복회학술원 사업비 6억 원도 전액 삭감해 논란을 빚었다고 한다. 친일파 일색이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친일 인사를 대거 기용해 온 정부가 반발하는 광복회에 치졸한 보복 수단으로 예산을 활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이런 정부가 국회에 대고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라고 했다니 뻔뻔하기로는 이보다 더할 수는 없어 보인다. ‘네가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멘스’라던가?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정부에 답답한 건 국민 몫이다.
추석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의료대란은 풀릴 기미조차 없다. 정부는 여전히 과학적 근거를 전제로 증원문제를 논의하자고 의료계가 받아들이지 못할 조건을 내밀고 있다. 추석은 닥치고 의료현장은 비어있다. 군의관을 각 병원 응급실에 보내서 급한 불을 꺼보려는 모양이다.
이미 지난 4일부터 군의관 파견을 시작했는데 해당 병원과 사전 조율도 하지 않아 파견 군의관들이 근무지로 돌아갔다고 한다. 거기다 파견 군의관 가운데 응급의학을 전공한 의사는 8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들이 과연 추석 연휴 동안 다급한 국민 생명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고 황당하다. 보이지 않는 힘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글 한 줄 쓰면서도 뒤탈이 없을지 걱정해야 하는 이상한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뻔뻔하게 국민이 뭐라 하든, 결과야 어찌 되든 질러놓고 보는 정치에 국민은 신물이 났다. 결과가 잘 못 되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과조차 하는 이가 없는 무책임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냥 대통령의 한 마디에 우르르 몰려 따르는 데만 열심이다.
이번 주가 지나면 다음 한 주일은 추석 연휴다. 물가는 오르고 보이고 들리는 소식마다 신나는 일은 없고 답답한 뉴스뿐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들도 만나고 여행도 떠날 수 있어서 좋은 우리 명절 추석이니 좋은 일만 있었으면 싶다.
제발 올해 추석에는 나쁜 소식이 들리지 않고 어려운 가운데서나마 나름의 행복을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던 그 시절의 추석날이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고대한다.
독자 여러분!!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