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고 키워야 살아남는다.
합치고 키워야 살아남는다.
  • 전주일보
  • 승인 2024.07.07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 편집고문

“호남권 경제동맹 시대를 열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자.”

지난 4일 정읍 JB금융그룹 아우름캠퍼스에서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제12회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세 광역단체장이 호남권의 경제 활성화와 상생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지난 2017년 이후 중단되었던 협의회가 7년 만에 열린 것이다. 이번 호남권 정책협의회는 경제·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더 세밀하게 상호협력관계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을 선언하며 호남지역의 상생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7년간 협의회가 중단된 이유는 호남권이 공동으로 지역 발전을 논의하고 정부로부터 사업이나 혜택을 얻게 되면 알 속은 광주 전남이 차지하고 전북은 쭉정이만 쥐는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남도의 추진력에 전북은 항상 밀렸다.

전북은 호남이라는 이름 속에 숫자만 보태주고 뒤만 따라다니다가 결과는 남도가 차지하면서 전북 독자 노선을 걷게 되었다. 그렇게 독자 노선 7년에서도 전북은 별다른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인맥이 없고 적극성도 없이 말만 떠벌리다가 흐지부지했다.

전북은 생떼를 쓰다시피 해서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과연 특별자치도라는 명칭과 함께 얻은 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외려 올해 예산에서 보듯 전북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예산액 증가 수준을 보였을 뿐이다.

어느 기자의 말대로 “기사 쓸 때 특별자치도를 붙이느라 불편해진 것 외에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올 12월18일이 되면 정식으로 특별자치도로 출범한다. 그래도 제주도처럼 자치도의 기능은 부여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일을 막기 위해 분산정책을 썼던 과거 정부와 달리 이 정부는 다시 수도권 집중으로 모든 정책을 되돌리고 있다. 지방살이가 더욱 나빠진 가운데 부울경과 대구경북이 메가시티 구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결국 호남권도 이대로 앉아 모든 것을 수도권과 광역도시에 내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사에서 다시 경제 동맹이라는 어설픈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의를 통해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합친다는 뜻은 옳다고 본다.

다만, 억척스럽고 약삭빠른 남도의 실속 챙기기에 다시 전북이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서 ‘조심해’라고 속삭이는 게 마음에 걸린다.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맹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3개 시도가 채택한 선언문에는 3개 시·도간 및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광역 교통망을 확충하고, 경제동맹의 핵심인 재생에너지·이차전지·바이오·모빌리티 등 산업 분야 신규사업 발굴·협력, 지방소멸 및 지방재정 위기극복 등을 담았다.

또, 동학농민혁명 선양 및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 등 호남권 정체성 확보,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을 위한 초광역 협력체계 구축 등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특별법 제·개정 등 입법 및 국가예산 확보에 상호협력하기로 합의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특히 호남권의 교통망 확충을 위해 고속도로 남북 2축·3축·4축 노선 중복에 따라 교통정체가 심화되고 고속도로 접근이 취약한 지역이 발생하고 있어 노선 신설 및 조정 등 건의를 통해 호남고속도로 중복구간 및 지·정체 구간 해소와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앞으로 호남권 정책협의회는 각 지역의 테크노파크(TP), 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광역 SOC, 산업분야 협력 방안과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방안 등을 도출하고,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을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할 계획이다.

저마다 합치고 꾀를 모아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하는 가운데 우리 전북 도내에서는 아직도 김제와 군산시 간에 관할권 다툼이 치열하고 완주군 의회는 전주와 통합을 하지 않겠다고 의회가 나서서 대책위까지 만들었다. 답답한 일이다.

호남은 줄어드는 인구, 그 줄어드는 인구층이 노동력과 출산할 수 있는 젊은이라는 데에 지역소멸이라는 걱정이 뒤 따른다. 그걸 막아보겠다고 3개 시도 단체장이 모였지만 획기적인 대책보다는 일반적이고 상투적인 방안이 대부분인 듯하다.

물론 오랜만에 만나는 일이라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3개 시도가 특색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여 전문화하는 등 청년 인력을 잡아둘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청년 인구를 잡아두지 못하면 지역소멸은 필연이다. 요즘 청년들은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추구하는 목적이나 이상도 예전 사람들보다 다양하다. 그런 청년들이 마음을 붙이고 살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의 지역 특색과 정서를 개발하는 일이 급하다.

물론 그런 정책도 이제까지처럼 일회성에 그쳐 외려 실망하고 떠나는 젊은이가 상당수 있었다. 그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추진한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그들의 삶이 즐겁고 의미있게 유도하는 고단수의 정책이 있어야 한다.

3시도 단체장들만 모일 게 아니라 브레인을 총동원해서 구체적인 논의가 되어야 한다. 진심으로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역의 특성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적합한 발전 방향을 따로 논의하기보다 공동 의견을 모아 특색을 살려야 한다.

아예 3시도의 큰 지도를 놓고 허심탄회한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 마음을 열어 내 지역을 앞세우지 않고 공정한 마음으로 서로를 걱정하는 협의회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그동안 우리 호남은 너무 닫아걸고 살았다. 활짝 열고 밖을 내다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