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무리한 행정처분, 법원서 '철퇴'
전북도 무리한 행정처분, 법원서 '철퇴'
  • 신영배
  • 승인 2024.06.23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업정지, 고발 병행 특정업체 지원설과 감사보고서 조작의혹도 밝혀야
-재판부 "부당하고 위법한 처분이다" 원고 주장 인용해 효력정지

전라북도 재난 예·경보 통합시스템 구축 및 운용과 관련, 전라북도가 지난 2021년 12월 8일 A업체(이하 업체)에 내린 12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이하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일 전주지원 제1-2 행정부(재판장 김선영)는 1심 선고공판에서 업체가 제기한 '전라북도의 영업정지 처분이 부당하고 위법하므로 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주장을 모두 인용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소 취하나 항소 포기 등 기타 사유로 종료되면 그 종료 시)까지 전라북도의 행정처분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재판부가 전라북도가 항소할 경우를 가정해 업체에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고, 효력 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1심 재판부 직권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라북도가 단행한 업체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은 그 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원고(업체)와 피고(전라북도)간에 다툼의 소지가 거의 없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이어서 향후 전라북도의 항소 여부 결정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지원 제1-2 행정부가 내린 결론은 업체가 전라북도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부당하고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한 지 무려 2년 6개월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업체는 유무선 통신장비 제조업, 원격감시제어장치 제조업, 자동조절 및 제어장치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지난 2016년 6월께 전라북도 기상관측 및 재난 예·경보 시설 통합 연계시스템 구축 사업의 관급자재 구매 계약을 전라북도와 체결했다.

이후 업체는 6개월 후인 2016년 12월에 전라북도와 체결한 과업지시 내용에 따라 재난 예·경보 통합 연계시스템을 구축한 후 전라북도의 검수 및 준공 허가를 받아 운용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2021년 2월부터 8월까지 전북지역의 한 언론에서 "업체(원고)가 시스템 연동 대가로 후발업체와 음성적 뒷거래를 했다.", "해당 서버에 수상한 전화번호 수백 개와 원격제어 프로그램 등이 설치돼 위법이라는 등의 시비로 이어지고 있다"라는 의혹 보도를 했다. 

이에 전라북도 감사관실은 2021년 7월부터 8월 13일까지 1개 여윌 동안 업체가 납품한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 관련 사항을 점검하는 특정감사를 실시한 후 전라북도 관련부서(도민안전실)에 입찰참가(업체)를 제한하고 형사고발 할 것을 통보했다.

전라북도는 곧바로 소정의 청문절차 등을 거친 후 2021년 12월 8일 업체에 ‘계약의 이행을 부실·조잡하게 했다’라는 이유를 들어 12개월(2021년 12월9일-2022년 12월8일까지)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을 했다.

이와 함께 전라북도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재난 및 안전 기본법 위반 혐의로 이 업체를 전북경찰청과 완산경찰서에 같은 혐의로 두 차례 형사고발 했으나 모두 ’혐의없음‘으로 처리됐다.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받은 업체는 입찰 참여가 제한되는 기간에는 정부를 비롯해 일선 지방자치단체 등 국내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모든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업체는 사실상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 즉 폐업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발주처가 업체의 명확한 범죄를 적발하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영업정지 처분을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지방계약법을 보면 부정당업자에 대해 대통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공정한 입찰 및 계약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한 자(업체)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 참가를 배제함으로써 업체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하고 지자체가 입게 될 불이익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럼에도 전라북도는 감사관실의 감사 결과를 명분으로 삼고, 업체에 치명적인 영업정지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강행했다. 업체로 인해 입찰과 질서가 붕괴되거나 전라북도에 불이익이 전혀 없는데도 영업정지 처분과 형사고발을 동시에 진행한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목적 행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행정처분 당시 업계에서는 “전라북도(도민안전실)가 특정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의 업체를 시장에서 퇴출하려고 감사관실을 활용해 무리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뿐만아니다. 이번 전주지원 행정부가 판단한 내용을 분석한 법조인들은 “전라북도 감사관실이 내놓은 ‘감사 결과서’가 애초 관계 공무원들이 확인했던 내용과 재판부에 전라북도가 제출한 ‘감사 결과서’ 내용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 “전라북도의 무리한 행정처분을 이해할 수 없으며 재판부는 100%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전라북도가 영업정지 처분 사유로 제기한 내용은  모두 탄핵됨으로써, 전라북도의 무리한 행정처분이었음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는 시급히 감사 인력을 편성해 전라북도 재난 예·경보 통합구축 사업은 물론 전라북도가 무리하게 업체에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행정처분을 한 것과 관련, 명확한 감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대로 전북도 감사관실에서 작성한 ‘감사 결과서’ 내용이 고의로 왜곡하거나 조작돼 작성된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면 전북도 재난 예·경보 통합시스템과 관련된 업체와 전라북도의 다툼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신영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