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볼모로 밥그릇 지키겠다?
환자 볼모로 밥그릇 지키겠다?
  • 전주일보
  • 승인 2024.06.18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학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상당수 의사들이 정부의 전공의 처분에 반발하여 진단 휴진에 들어갔다. 전공의들의 반발을 불러온 의대생 증원 문제는 오래전부터 여러차례 시도하였지만, 현재처럼 의사들의 진료 거부 때문에 실패했다.

의사와 의료 시스템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리고 지방은 일부 의과대학이 소재한 지역 이외에서는 환자가 의사를 쉽게 만날 수 없는 의료환경이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

이에 서울대 의대를 비롯한 전국 각의과대학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났다. 의사협회가 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의협은 새 집행부를 꾸려 정부 방침에 대응하고 있으나 여전히 환자 진료를 미루어 성과를 얻으려는 방식이다.

의정 갈등이 시작된 지 4개월 만에 서울대학병원 교수들을 비롯한 의사협회 일부 회원들까지 진료를 멈추었다. 전공의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수들이 진료를 계속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을 터이지만, 환자들은 극심한 어려움에 빠졌다.

교수들의 휴진에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전공의 파업과는 또 다른 엄청난 공포와 고통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며 환자들의 실상을 전했다. 식도암 4기 환자인 김 대표는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교수들의 휴진이 몰고올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교수들의 집단 휴진은 “전공의 파업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며 “대학병원 교수님들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역할”이라고 말하고 “여러 과가 모여서 협진하고 전체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이 있는데 교수들이 휴진한다는 것은 오케스트라 지휘를 그만두고 그냥 나가는 것과 똑같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공포와 고통이 뒤 따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생 정원 확대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복귀하겠다고 했다. 교수들과 의협은 전공의에 대한 어떤 행정 처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이를 종합하면 정부가 이미 각 대학에 배정한 의대 정원 문제를 전면 백지화하라는 것이다.

이미 행정조치가 끝난 일인데 전면 백지화하지 않으면 환자들이 죽건 말건 모른다는 의사들의 이번 휴진 버티기가 어떤 결말을 낼지 현재로는 짐작조차 어렵다. 아직은 모든 병원이 동참하지 않았고 상당수 의사들은 이런 저항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 여론도 의사들의 행동을 곱게 보지 않는다. 아울러 그런 여론은 시간이 갈수록 환자들의 고통이 전해져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강대강 대치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한 걸음 더 물러서 주며 타협하는 길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환자들의 고통을 뒷배로 삼아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 습관처럼 반복되는 의사들의 이런 저항은 ‘밥그릇 지키기’에 지나지 않는다. 의료수가 문제 등 정부와 타협할 일이 많은 의협이 지나친 욕심을 내다가 ‘게도 그릇도 다 놓치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