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탱이 없는 5월 셋째 주일 이야기
맛탱이 없는 5월 셋째 주일 이야기
  • 전주일보
  • 승인 2024.05.19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5월은 1일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하여 ‘어린이날’, ‘어버이 날’ 11일은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15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자 ‘스승의 날’, 18일은 ‘5.18 광주민주항쟁 기념일’, 20일은 ‘성년의 날’이다. 그 외에도 ‘부부의 날’ 등 5개 날이 있고 31일은 ‘바다의 날’로 끝을 맺는다.

지난주, 5월 12일부터 18일까지 한 주일에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핵심 간부 인사가 발표됐다. 다음 주에는 중앙지검 1차장 등 후속 인사가 뒤따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검찰 파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의 권한에 속한 인사이니 마음대로 할 수는 있지만, 인사도 원칙과 상식에 맞는 인사여야 한다.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수사를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있다.

후속 검찰 인사에서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장과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반부패수사 2부장의 교체를 전망하는 시선도 있다. 과연 두 사건 점담 수사 담당자도 교체할지는 다음 주에 밝혀질 것이다.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로 가족 수사 담당 지휘를 맡긴 검찰 인사에 대해 시중 여론은 싸늘했다. 유력 중앙지들이 모두 나서서 사설을 통해 검찰 인사를 비판했다. 친여 신문인 조선일보와 동아, 중앙도 일제히 ‘수사 중단’을 의미하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검 ‘김 여사 수사’ 지휘부 전격교체, 왜 지금 무슨 의도로...”라고, 조선일보 사설은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 전격 교체, 꼭 지금 했어야 했나”, 또 중앙일보 사설은 “미묘한 시점에 의구심 키운 검찰 고위급 인사”라는 제목으로 인사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5일 다시 “국민이 믿고 맡긴 권력을 부인 보호에 쓴다는 국민 비판”이라는 사설을 또 실었다. 그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검찰 수사 라인을 교체한다고 비위 의혹이 덮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의 인사를 지적했다.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홍준표 대구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중략’ 비난을 듣더라도 사내답게 처신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홍 시장도 이번 검찰 인사가 부인을 지키기 위한 방탄 인사라고 보았다. 검찰이 정권을 지키는 도구로 사용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정권에 맞섰던 인물이 대통령이 되자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검찰을 망가뜨리는 셈이다.

지난 정권이 정치적인 문제를 덮기 위해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고 대들었던 윤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을 지키기 위해 최 측근 인사를 수사 지휘 라인에 배치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검찰총장의 제청은커녕 조율조차 없이 인사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틀어 쥐고 정권을 지키는 ‘세퍼드’노릇에 충실하던 검찰이다. 누구든 탈탈 털면 먼지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처럼 정권마다 검찰은 본디 목적보다 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 국민을 지키라는 본디 역할은 미미했다.

야당에서는 이번 기회에 검찰 기능을 수사와 기소로 분리하는 방안을 자연스럽게 추진할 듯하다. 수사청과 기소청을 분리하게 되면 정권에서도 맘대로 활용하기 어렵고 수사와 기소에서 권력 마음대로 사건에 개입하기 어렵게 된다.

검찰에서 나온 권력이 끝내 검찰 개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촉발한 게 아닌가 싶다. 정권을 지키는 집단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검찰이 마침내 대통령까지 배출하고 스스로 자정(自淨)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를 바란다.

부처님 오신 날과 스승의 날이던 15일이 지나고 16일은 1961년 군인들이 총칼을 들어 정권을 탈취했던 날이다. 달력에도 나오지 않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날이다. 1993년까지 장장 32년간 군인들이 나라 권력을 쥐고 흔들게 된 시발점이었다.

박정희의 독재정치가 막을 올려 18년간 계속됐고 다시 전두환이 나라를 탈취하여 9년, 형식적인 선거를 통해 노태우가 5년간 권력을 휘둘렀다. 지긋지긋한 독재 권력의 행패에 시달렸던 근원이 시작된 5월 16일이다.

그리고 전두환이 권력을 탈취하여 계엄령을 선포하고 독재를 시작하던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학생 데모로 시작된 민주항쟁에 군인들을 투입하여 시민들을 무참하게 학살한 사건을 기념하는 날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은 민주화운동 기념사를 내놨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당시 학살 사건의 책임자 규명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아울러 5.18정신 헌법 전문 삽입에 대해서도 전혀 말하지 않아 알맹이 없는 맹탕 기념사라고 지적 받았다.

스웨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는 지난 7일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에서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전환이 진행되는 국가” 중 한 곳으로 지목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LDI)가 0.60으로 179국 가운데 47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년 전에 0.78로 28위 이었는데 1년새 19위 뒤로 밀려난 셈이다. 윤 정권 이전에는 14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단체는 한국의 언론자유도 지적했는데 정부 비판이 위축된 것으로 나타난 20개국 가운데 한 나라로 지목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자꾸만 헛발질하는 정권을 심판하여 여당에 108석만 주었다. 총선 직후에 정부와 여당은 다소 반성하는 듯한 기미를 보이더니 최근에는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검찰 권력을 친위대로 꾸미는 인사까지 나왔다.

국민지지 없는 독단 정치가 얼마나 버틸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법원이 의대 증원에 힘을 실어 주는 판단으로 의정 갈등 문제도 평행선으로 치닫고 있다. 어수선하고 무엇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기미가 없다. 다음 주에는 뭐가 나아지려나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