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열차 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좀비'처럼 변한 사람들에게 목숨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 '부산행'.
지난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은 기존까지 '미드(미국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좀비 영화가 국내에 천만관객 이상을 동원하며 좀비물의 인기를 입증한 영화였다.
최근에는 왕세자가 아버지인 왕(王)의 병에 대한 비밀을 밝히기 위해 경상도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좀비' 드라마 '킹덤'이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킹덤'의 배경은 조선 후기다. 두 번의 전란을 겪고 세도정치가 횡행하던 시절, 왕실에서 유래된 '역병'이 동래에까지 전파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드라마 속 '역병'은 다름아닌 '좀비'다. 이 '좀비'는 지배층의 부도덕한 욕망이 국가 전체를 병들게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좀비(Zombie)는 본래 서아프리카 지역의 부두교에서 뱀처럼 생긴 신(snake-god)을 가리키는 말로, 콩고어로 신을 뜻하는 'nzambi'에서 나온 말이다.
이후 일부 아프리카·카리브해 지역 종교와 공포 이야기들에서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말이 됐다.
좀비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할리웃 영화였다. 사람을 물면 물린 사람도 괴물이 되는 좀비는 지난 1968년 조지 로메로(George A. Romero) 감독의 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28일후', '월드워Z', '웜 바디스',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 등을 통해 알려졌다.
남다른 '좀비' 열풍에 최근에는 좀비를 분석한 '좀비사전'도 출간됐다.
지난 5년 사이'좀비'를 주제로 한 신간 학술도서가 20여권이 출판됐다. 학술 논문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JSTOR에는 2005년 이후 39편의 관련 저널이 실렸다.
생각해볼 건 왜 보기에도 흉칙하고 혐오스러운 '좀비'가 인기를 끄느냐다.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사람들을 물어뜯는,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닌 영혼없는 그들에 열광하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 가족이든 친한 친구든 아무나 상관없이 죽여야만 살아남는 비정한 한국사회와 조직의 단면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조직 또는 개인 이익과 성과를 위해 사회적 약자가 자신보다 더 약한 자를 공격하고 무분별한 집단 이기주의에 기대 특정 집단을 혐오의 대상으로 몰아가는 행태에서 희열을 느끼는 부조리하고 비정한 사회의 모습을 극한으로 표현한 결과물인 것이다.
일상 속 주변의 '좀비'들이 무서움을 넘어 '공포'로 다가오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