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요즘 SF영화만큼이나 인기 있는 쟝르가 서부영화였다. 서부영화에 출연하는 보안관은 대부분 가슴에 별을 훈장처럼 달고 마을을 지키는 정의의 사도였다. 보안관이 악당을 하나씩 처단할 때 마다 극장이 떠나갈 듯 박수를 쳐댔다. 극장에서 웬 박수냐 할지 모르지만 영화 보기전 애국가 제창 하던 시절이니 박수 정도는 약과라 할만 했다.
당시 서부영화의 인기 짱은 미국의 영화배우 '존 웨인'(John wane 1907~1979)이었다. 존 웨인은 1939년 J.포드 감독의 '역 마차'에 출연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진정한 용기'로 197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비록 스크린을 통해서였지만 지금도 그는 서부 개척시절 우직하게 정의를 지킨 미국 남자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세상 떠난 지 40년이 다 된 존 웨인을 떠올리는 이유는 그의 멋진 카우보이 모자가 생각나서다. 서부영화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카우보이 모자를 썼다. 그 시절 남자들은 영화를 보면서 저런 카우보이 모자 하나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을 정도다. 원래 카우보이 모자는 미국 남서부 지역 하층 농민과 멕시코 목동들이 썼다. 애초 멋과는 별 상관이 없는 소품이었다.
그런 싸구려 모자를 미국 남서부 농장주들이 폼 나는 물건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서부영화에 나오는 '갈란(Galon)'이라는 모자를 썼다. '갈란'은 미국 남서부 대농장주 신분을 상징하는 모자로 탈바꿈 한다. 존 웨인 같은 인기 영화배우가 쓰면서 카우보이 모자 갈란은 남자라면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어 하는 로망의 모자가 됐다.
얼마전 국내에서 생뚱맞게 카우보이 맨이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진태 의원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춘천 카우보이'로 변신한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군(광수) 6백명이 활약했다고 주장하는 지만원을 "존경한다"는 카우보이. 5·18 당시 전두환 장군께서 쓰셨던 별 두개짜리 모자가 더 어울렸을텐데 하필이면 존 웨인이 썼던 모자라니.
김 의원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니는 바람에 미국 본토의 자칭 카우보이들도 당혹스러워했을 듯 하다. 김 의원의 지역구에서는 "창피해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김진태 추방 운동 본부'까지 결성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오죽했으면 지역구인 춘천 시민이 "춘천 망신, 김진태를 추방하자!"고 들고 일어났겠는가. 지역 주민들을 부끄럽게 한 이가 유세장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썼다한들 갑자기 정의 사도가 되는 게 아니다.
저 세상의 존 웨인도 한마디 할 것 같다. "서부를 개척했던 카우보이 목동들 죄다 '광수 6백'으로 몰릴까 걱정된다. 소는 카우보이가 키울 테니 제발 모자는 벗어주길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