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
겨우살이
  • 전주일보
  • 승인 2019.01.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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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살이'는 '겨우 살아났다'는 말로 추운 겨울 한철을 어렵지만 견디어 낸다는 의미다.
겨우살이는 쌍떡잎 식물 단항목으로 다른 나무에 빌붙어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기생 식물이다. 참나무, 물오리 나무, 밤나무, 팽나무 등에 기생한다. 식물로 보자면 자체적으로 살수 없어 빌붙어 사는 목숨인 셈이다. 그래서 식물명도 '겨우살이'로 사는 모습을 빼 닮았다.

겨우살이는 주인을 해코지 하면서 사는 주제에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주인나무에게 조금은 미안 했던지 잎사귀에 엽록체를 담아 스스로 광합성을 해 살아간다. 반은 주인에게 의지하고 반은 스스로 사는 반기생 식물이다. 전세계적으로 73속 900여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겨우살이, 참나무 겨우살이, 동백나무 겨우살이, 꼬리 겨우살이, 붉은 겨우살이 등 5종이 자생한다.

녀석들은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고 해서 '동청(凍靑)'이라고도 한다. 암(癌)은 물론 고혈압 신경통 등 성인병에도 효능이 알려지면서 쏠쏠한 약재로 쓰인다. 최근에는 서양에서도 겨우살이 요법이 개발돼 동서양을 아우르는 몇 안되는 약재다. '비스코톡신'이라는 항암효과가 뛰어난 물질이 내재돼 있어 동서양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뭐든 '과유 불급'이다. 겨우살이가 너무 유명해지다 보니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유별난 건강 챙기기에 희생물로 전락하고 있어서다. 겨울이면 겨우 살이 찾기에 혈안이다. 헐벗은 겨울 나무끝에 독야청청으로 자라나 눈에 잘 띄는 특성도 겨우살이에게는 생존에 걸림돌이다. 최근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겨우살이 씨가 마를 지경이라고 한다.

한때 민들레가 간(肝)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민들레가 수난을 당했던 것처럼 겨우살이 열풍이다. 몇해전부터 케이블 TV에서 자연인 프로가 유행을 타더니 겨울철 겨우살이가 수난을 겪고 있다. 하긴 곳곳마다 약초 동호회까지 생겨 온 산을 헤집고 다니는 판에 겨우살이라고 배겨 나겠는가.

지금처럼 보이는 족족 채취하다가는 앞으로 겨우살이라는 식물을 식물도감에서나 구경할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약초 동호회에다 사진 동호회까지 가세해 희귀 꽃과 식물을 괴롭힌다. 희귀 봄꽃 하나만 올라와도 온 산이 사진 동호회로 몸살을 앓는다. 원래 희귀 식물은 인간의 간섭을 생태적으로 싫어한다.

그러니 딱히 사진 찍힐 일도 없다. 그런 그들을 찍어서 유명세를 타게 해본들 생명만 재촉할 뿐이다. 별로 행복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겨울 산야의 겨우살이를 그냥 살게 내버려 둬야 한다. 그럭 저럭 사는 재주를 타고난 식물이 겨우살이다. 인간은 왜 그 꼴을 못 보는 것일까. 있을때 잘해줘야지 한번 사라지면 다시 나타나지 않는 것이 생명의 특성이다. 인간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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