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Photoline)'은 '과열 취재경쟁으로 인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신문·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더 이상 취재원에 접근하지 않기로 약속한 일종의 취재경계선'을 뜻한다. 'PhotoLine'이라 적힌 노란색 테이프를 바닥에 일정한 크기로 붙여 놓는 형태다. 포토라인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관례다.
1990년대 초 취재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안전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구역을 나누면서 처음 생겨났다.
검찰 포토라인은 1993년 1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검찰 소환 당시 한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정 회장의 이마가 찢겨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자 무질서한 취재 현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논의를 거쳐 1994년 12월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발표하면서 공식화됐고 2006년 '포토라인 시행 준칙'으로 구체화됐다.
통상은 사진·카메라 기자의 접근 제한선으로 활용되지만 현장에서는 취재원이 잠시 멈춰 자신의 입장을 밝히거나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왔다.
포토라인은 기자들이 정한 준칙일뿐 취재원이 이를 지키고 카메라 앞에 서야 할 의무는 없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포토라인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왔다.
포토라인에 서게 되면 수사나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범죄자'로 낙인찍혀 여론재판을 받는 후진적 행태이자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크다. 반면 '국민의 알권리'와 직결되는 만큼 불가피한 제도로 무조건 금지하는 건 안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회적인 책임이 클수록 포토라인은 피해가기 힘들다.
짧은 시간이지만 포토라인에 서서 잠시 모습을 보이거나 입장을 설명하는 것 만으로도 전달하는 메시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도 포토라인에 섰으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피해갈 수 없었다.
전·현직 고위법관들은 물론 자신의 친정에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검찰 관계자들 그리고 '갑질'로 기세등등하던 대기업 총수나 부인, 자제들도 포토라인에서만큼은 고개를 숙이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전직 대통령도 피해갈 수 없었던 포토라인에도 예외가 있는 모양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양 전 원장은 검찰 소환일정이 알려지자 포토라인에 서지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지나쳐버렸다. 물론 양 전 원장이 포토라인에 서야할 의무는 없다.
아직 시시비비를 가려야겠지만 검찰 출석 직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했음에도 잠깐의 포토라인은 지나쳐버리는 행태는 '오만의 극치'라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민낯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