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한 언론을 통해 인터넷사업으로 성공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 사건이 공개됐다. 양 회장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 숙인 직원의 뺨을 때린데 이어 무릎 꿇고 사죄하는 직원의 머리를 내려쳤다.
대한항공 조모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양 회장의 엽기적인 행동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아직도'직장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8년 대한민국 직장 갑질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 갑질 수준은 평균 35점(100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총 10개 영역 68개 지표로 나눠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 조사 결과, 대한민국 기업 100곳 중 35곳에서 '직장 갑질'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포털검색창에 '갑질'을 입력하면 '대한항공', '미스터피자'등의 연관 검색어들이 뜬다. 대부분의 자료는 2010년 이후이다. '갑질'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이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라는 말이다.
계약서의 '갑을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 대해 부당한 행위를 할 때 흔히 이것을 '갑질'이라 한다. 상대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강자가 약자를 호령해 자기 만족을 얻는 행위로, 직위와 재산, 연령, 성별 등에서 힘의 불균형을 전제로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착취하고 차별하는 것이다.
얼마나 유명했는지 뉴욕타임즈 등 해외 언론은 우리말 '갑질'을 'Gapjil'로 표기했다. '갑질'이라는 단어가 십간(十干)의 첫 자 '갑'에 도적질 처럼 어떤 행동이 계속될 때 부정적이거나 저속한 뜻을 담은 접미어 '질'을 합성한 단어라는 것을 얼마전에야 알게 됐다. 신조어인'갑질'이라는 말은 이제 일상어가 됐다.
물론, 과거에도 갑질 행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었던 그 때에는 그러려니 하고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았다. 정 견디기 어려우면 사표 쓰고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미투'에서 볼 수 있듯이 '직장 갑질'도 근절돼야 한다.
직장 내 관계는 필연적으로 수직적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직급상 우위를 이용한 갑질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기도 한다. 특히 오너와 같은 절대 권력자의 폭력 행위는 조직내에서 묵인되기가 쉽다.
'직장 갑질'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 회장과 대한항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앞으로도 '갑'과 '을'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갑'은 언제나 '갑'이 아니고 '갑' 위에 또 '갑'이 있다. '갑'과 '을'의 위치는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는 한해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