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에릭 프롬은 그의 저서(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 삶의 양식을 두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하나는 재산이나 권력, 사회적 지위를 소유하는 데 진력하는 '소유 중심의 삶'이고 다른 하나는 능동적으로 자기 의지를 발현해 삶의 희열을 추구 하는 '존재 중심의 삶'이 그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소유 중심의 삶'을 살든 '존재 중심의 삶'을 살든 오롯이 개인의 선택 의지에 달렸다.
응우엔 딘 뜨라는 베트남 사업가가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스즈키 컵 우승에 빛나는 박항서 감독의 축구 업적에 보답하는 의미로 한국인을 위한 이벤트를 열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와서 자기 상점 물건을 하나씩 가져가도록 했다. 원래 의도는 주재원이나 한국 교민을 상대로 했지만 소문을 듣고 관광버스가 몇 대씩 들이 닥쳐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응우엔 딘 뜨씨 상점 구두와 핸드백을 싹쓸이 해갔다. 몇천원 짜리 기념품 이벤트를 열려던 응우엔 딘 뜨씨 처지가 난처해진 것은 불문가지다.
응우엔 딘 뜨씨의 마음씨 좋은 이벤트 행사에 한국 관광객의 공짜 심리가 불을 뿜었던 셈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베트남 교민들이 움직였다. 응우엔 딘 뜨씨가 본의 아니게 입은 손실을 보상해주기 위해 네 댓개씩 상품을 구입해갔다.
간단히 말해 싹쓸이한 단체 관광객은 에릭 프롬이 얘기하는 물건을 소유하려는데 진력한 '소유적 삶'을 선택했다. 반면 응우엔 딘 뜨씨의 딱한 처지를 돕자고 물건을 구입해 준 한국 교민들은 '존재적 삶'을 산 것이라 할수 있다. 사람답게 살려면 가끔은 소유를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오늘 같은 물질 만능사회에 대해 에릭 프롬은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아무리 공짜도 좋지만 한국인의 소유 집착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은 아닌지 낯뜨겁게 다가 온다.
올해는 근거가 미약하지만 음행오행상 600년 마다 돌아온 다는 황금 돼지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카톡이나 문자에 돈을 주렁 주렁 매단 황금돼지 상을 보내 온다. "부자 되세요~"라는 새해 덕담과 함께.
덕담은 새해를 맞아 서로 복을 나누고 소원을 빌어주는 세시 풍습이다. 언제 부턴가 새해 덕담에서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대유행이다. 그러나 재복을 상징하는 황금돼지 해라지만 노골적인 "부자 되세요~"가 덕담이 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나이 먹은 사람에게 아들같은 녀석이 덥썩 "부자 되세요vv"가 조금은 어색하다. 우리 같은 서민이 로또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 한 무슨 수로 부자가 되라는 말인가. 차라리 부자 되기는 어려워 졌으니 "그냥 만족하고 사세요"가 좋은 덕담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독자님들께 올해 덕담 한마디 올린다. 바라건데 2019년 기해년은 "마음만은 부자로 살되, 풍성하게 존재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