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먹먹한 아버지의 사랑 발견하는 ‘가족애 회복의 장’
-6년간 27만여 관람객에게 묵직한 울림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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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통화는 늘 짧다. 어색한 안부 인사 몇 마디 하면, 금세 이야깃거리가 떨어진다. 간결하고 투박한 듯해도 아버지의 언어에는 깊은 애정이 감춰져 있다.
가족을 위해 살아왔지만 정작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데 서투른 존재. 우리는 그런 아버지의 진심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이하 아버지전)은 우리 곁에서 묵묵히 가족을 지켜온 아버지들의 숨은 사랑을 조명한다.
2019년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로 부산, 광주, 대전, 창원 등을 순회한 아버지전은, 지난 6일부터 전주호성 하나님의 교회에서 10회째 전시를 가지고 있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가 주최하고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한 아버지전은 6년간 27만여 관람객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시인 나태주, 정호승, 하청호, 이정록, 만화가 이현세 등 기성 문인의 글과 ㈜멜기세덱출판사에 투고된 독자들의 글, 사진 등 총 170여 점의 작품들로 전시장이 채워졌다. ‘아버지 왔다’(1관), ‘나는 됐다’(2관), ‘….’(3관), ‘아비란 그런 거지’(4관) 등 아버지들이 사용하는 간결한 일상어를 테마명으로 정했다.
특히 가족과 나라의 미래를 일군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삶을 조명한 특별존, ‘격동의 시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는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건설 현장에서 인부들이 사용하는 비계(飛階) 구조물에, 파독 광부 파견(1963), 베트남전 참전(1964~1973), 중동 건설 붐(1970~1980년대), 외환 위기(1997) 등 굵직한 시대사에 얽힌 감동적인 스토리를 실은 패널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막내딸과 손주의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임종 전까지 비누 만들기에 몰두한 한 아버지의 사연을 담은 그림 에세이 ‘특별한 유산’은 관람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관람객들은 이 작품 앞에 서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전한다.
관람객 중에는 지난 2023년 4월부터 1년 6개월 넘게 전주 지역에서 열린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하 어머니전)을 관람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어머니전과는 사뭇 다른 감동을, 아버지전에서 느꼈다고 한다.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차 씨(40대)는 “어머니전은 같은 여자로서 공감이 됐다면, 아버지전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아버지라는 존재를 바라보게 해줬다. 나중에 아버지랑 같이 와보고 싶다”고 했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밀리언셀러 ‘아버지’를 출간, ‘아버지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정현 작가는 전시장을 둘러본 뒤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내 아버지와 가족이 새롭게 기억될 것 같다. 한번 보고 마는 전시회가 아닌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전시회”라고 호평했다.
주 전시장을 나서면 부대행사장에서 아버지에게 쓴 엽서나 편지를 무료로 발송해 주는 ‘진심 우체국’ 서비스를 운영한다. 또한 아버지와 자녀 간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소통을 돕기 위해 마련된 ‘한뼘더’ 캠페인을 진행한다. 아버지와 나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아버지전은 현재 전주, 대구, 성남에서 열리고 있다. 관람은 무료이며. 화요일과 토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관람 일정은 홈페이지(thankfather.org)를 참고하면 된다. 문의는 063-253-1922로 하면 된다.
/이은생 기자
꼭 시간내서 관람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