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9월 초에 임기가 끝나는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재)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임명하자 국회와 광복회 등 바른 인식을 가진 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 단체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과거 MBC 보도를 보면 지난해 한 보수단체 강연에서 김 관장은 “대한민국이 광복이 언제 됐는가 하면 1945년 8월 15일 광복되어졌다,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요.”라고 말하고
“그게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겁니다. 1948년 8월 15일에 정부를 세우게 되는 거예요. 거기에서부터 대한민국이 시작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독립운동이라는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나라가 없었으니 독립운동도 없는 셈이고 독립기념관도 필요없는 기관일 터인데, 그런 사람에게 독립기념관을 맡기는 건 무슨 해괴한 일인지 알 수 없다. 뉴라이트인지 아닌지를 말하기보다 독립운동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을 임명한 심사는 무엇인가?
김 관장은 '끝나야 할 역사전쟁'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두고 “친일행위자의 ‘역사적 공과’를 따지지 않고 ‘친일행위’와 ‘반민족 행위’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했다”는 주장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뉴라이트 인사들이 8.15 광복절을 ‘건국절’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점점 표면화하더니 마침내 정부 기관 요소에 그들이 자리를 잡아 공식적으로 건국절 지정을 획책하는 모양이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삼는 건 일본의 침략행위를 정당화하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고 설정한 것에 대해 광복회는 독립운동을 ‘이승만의 건국을 위한 준비운동’으로 대통령이 정의했음을 잘못이라고 지적했었다.
얼핏 생각하면 건국절이나 광복절이 ‘이름만 다른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두 명칭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나 국권을 회복한 날이고,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 새로 대한민국이 세워진 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설명하자면, 건국절이라면 그 때야 비로소 나라가 세워졌으니 그 이전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일본의 국민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친일행위도 없고 독립운동은 테러행위로 정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제가 조선의 국권을 강탈하여 식민지화했던 일을 정당화해주는 일이 바로 건국절 움직임의 근본 목적이다. 그렇게 되면 강점기 수탈과 징용, 강제 동원 등 일본이 저지른 모든 만행이 정당화되고 일본은 모든 책임과 잘못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게 건국절 움직임의 요체이다. 친일세력이 일본을 위해 역사를 지우고 왜곡하겠다는 가증스런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2008년에도 이명박 정부가 광복절 행사를 ‘건국 60주년 행사’로 추진하려다 광복회가 반대해 당시 유인촌 장관이 찾아와 사과하여 건국절 행사는 무산됐다.
최근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고 그를 건국 대통령이라고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모두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는 일이다. 선열들의 해방 전 독립운동을 무력화시키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가증스런 움직임이 다시 정부 차원에서 표면화하고 있다.
이에 이종찬 광복회장이 “정부가 근본적으로 1948년 건국절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광복회는 광복절 행사에 나갈 수 없다”라며 대통령의 독립유공단체 초청 오찬 행사와 오는 15일 정부의 광복절 경축기념식에도 나갈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0일 광복회학술원이 운영하는 청년헤리티지아카데미 특강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보훈부에서 여러 회유책을 들어 행사에 참석하라는 회유가 왔으나 거절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언론이 보도한 이종찬 회장의 인사말에 따르면 핵심은 일제가 해방 전 맺었던 것이 조약이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놓고 두 나라가 지금까지 다투어 온건 데, 1948년 건국절은 그 이전 나라가 없었다는 일본정부가 주장해오던 것을 우리가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1948년 이전, 일본의 한반도 침탈 시기에 강제 맺은 을사늑약(1905)이나 한일강제병합(1910)을 모두 합법화시켜주자는 논리이다. 을사늑약 한일강제합병은 무효이고 불법이다 하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견지해 온 일관된 주장인데, 1948년 건국절을 세운다고 하면 일본의 입장에 서서 합법이다 이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만일 여기서 물러서면 위안부, 강제 징용도 우리가 일본 신민이었기 때문에 일본인으로서 자발적인 것이 되어 강제성이 없는 ‘일본 뜻대로’ 모든 입장이 돌아서는 엄청난 매국 행위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당한 피해를 이야기도 못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생각하면 지난 시절 이명박 정부에서 1948년 건국절 지정을 획책하다가 실패한 이후 이번 윤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립기념관부터 뉴라이트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고 친일인명사전도 버려놓을 심산인 듯 보인다.
나라 꼴이 자꾸만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 일본의 주장에 따르고 동조하는 인물들이 득세하고 일본의 입맛에 맞도록 여기저기 검은 손자국이 늘고 있다. 79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또 무슨 이야기가 등장하여 국민의 마음을 흔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