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백에 대파 한 단 넣고
샤넬 백에 대파 한 단 넣고
  • 전주일보
  • 승인 2024.03.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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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22대 총선일을 열흘 앞두고 있다. 56일 사전투표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여론을 참작하면 불과 닷새 남짓 남은 셈이다. 전국 각 선거구 여론을 종합하면 야권이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야권이 200석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지난 27~28일 여론조사기관 에이스 리서치가 뉴시스의 의뢰에 따라 조사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 긍정 평가 36%, 부정 평가는 61%라고 한다. 여권 지지세력의 본산인 대구경북에서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았다.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짙은 선거다. 국정 수행을 잘했다면 국회에 안정적인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 터이지만, 여론에서 부정 평가가 25%나 높아 여권은 100석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듯하다.

더구나 그동안 여권의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던 민주당이 조국 혁신당의 출현으로 호재를 만났다. ‘지민비조또는 비조지민이라는 구호로 널리 알려진 새 바람이다. 지역구는 민주당을 비례는 조국혁신당을 선택하자는 바람이 먹혔다.

상당수 유권자가 표를 줄 곳이 없다고 기권하려다가 조국혁신당이 출현하여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에만 후보를 내면서 민주당 지지가 갑자기 는 것으로 보인다. 비례에 조국당을 찍으면서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을 선택하는 흐름이다.

선거 막바지에 조국혁신당의 출현은 분명 선거 결과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불러올 듯하다. ‘비명횡사니 친명 공천이니 하는 공천 잡음조차 조국 태풍이 한꺼번에 잠재웠다. 덕분에 지역구 백중 지역 여론조사에서 파란색이 점점 짙어진다는 기사도 눈에 뜨인다.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도 악재로 작용했는데 여론에 못 이겨 사임하게 한 일도 흐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순식간에 대사로 발령해 보냈다가 며칠 만에 불러들이고 다시 해임하는 장난 같은 인사로 나라 망신만 톡톡히 한 셈이다.

정부를 대리하여 외국에 나가는 대사는 나라의 얼굴이다. 직전 국방부 장관을 주재국 대사로 임명한 일부터 격이 맞지 않았다. 화급히 보내느라 신임장도 뒤늦게 외교행낭 편에 보냈다니 신임장 제출하고 불과 며칠 만에 귀국하여 해임된 기록을 세웠을 듯하다.

몇 주일 전에 총선에서 과반을 자신하던 여당은 이종섭 도주 대사사건과 황상무 회칼 발언 즈음부터 완전히 수세에 몰렸다. 대통령이 전라도 지역을 제외한 곳곳에서 숱하게 약속을 뿌리고 부자 감세를 외쳐도 지지율은 연신 내려갔다.

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의대 증원 2,000명을 발표한 것도 치명적인 악재로 등장했다. 아마도 과거 정부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결해서 국민의 지지를 끌어모으겠다는 자신감이었을 듯하다. ‘검사왕국이 하면 다르다라고 자랑하고 싶었을까?

의사검사는 한글로는 같은 자 이지만, 스승자와 일자라는 차이가 있다. 의사가 한쪽에서 죽어 나가건 말건 손 털고 떠나겠다고 협박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검사의 위세에 전혀 기죽지 않는 의사들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는 정부가 환자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러시안룰렛을 시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임 당선자는 외려 의대 정원 500~1,000명 축소한다는 공약을 내 걸었다. 정부와 의사들 간의 간극이 너무 크다.

한동훈 위원장이 대화(?)로 해결해보겠다고 나섰지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여전히 2,000명 증원은 불변이라며 버티는 정부와 의사 간 힘겨루기는 아마도 총선 후에 맥빠진 정부의 항복으로 끝나지 않을까 점쳐 본다.

그동안 숱한 리스크를 만들어 온 윤 대통령은 기왕에 한동훈에게 총선을 맡겼으니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었어야 했다. 초반에 여당에 유리하다고 생각될 만큼 여론이 돌아가자 선거 후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움직인 게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계인처럼 일반적인 사고와 다른 행동하는 듯 보이는 윤 대통령의 리스크에 한동훈 위원장은 죽을 맛이다. 선거가 점점 더 야권으로 기운다는 여론에 별의별 처방이 다 나온다.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민주당 공약을 한 위원장이 써먹었다.

28일에는 한 위원장이 동대문구 유세장에서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 부가세를 현행 10%에서 5%로 절반 인하할 것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통령실과 기재부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하다 하다 안 되니 부가세라도 깎아서 표를 얻으려는지 몰라도 부가세야말로 나라의 기본 세입의 중요 부분이다. 함부로 손댈 사안이 아닌데 겁 없이 내던지듯 약속했다. 더구나 부가세는 정부 마음대로 깎아주는 세금이 아니라 국회의 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샤넬백 수수 사건 등을 조사하기 위해 국회가 의결한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에 되돌려보내는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누구보다 공정할 줄 믿고 표를 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의 비리 수사를 검찰에 지시해 벌 받게 했다.

한동훈 위원장도 딸의 논문대필 및 표절, 봉사활동 시간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나오지 않았다. 조국 대표는 자신의 딸에 대한 조사와 비교하며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댔던 검사들이 취할 태도는 아니었다.

샤낼 백의 주인공은 쥐 죽은 듯 소리도 흔적도 없고. 애꿎은 대파 한 단만 875원이라는 가격에 정치마당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선거판이다. 아마 이번 총선이 끝나면 샤넬 백에 대파 한 단을 넣어 들고 다니는 게 유행(?)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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