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믄 인자 서울사람 되는 겨"
"글믄 인자 서울사람 되는 겨"
  • 전주일보
  • 승인 2024.02.0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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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대표
김정기 대표

전북특별자치도 보고회가 있었다. 숨 가쁜 릴레이 완주였다. 지난달 25일 전주·완주로 시작해 어제(5일)까지 전북을 7개 권역으로 나누어 ’찾아가는 도민보고회‘ 형식이었다. 농생명 산업, 문화관광산업, 고령친화산업 등 5대 핵심사업을 김관영 도지사가 직접 설명했다.

“목표는 도민의 행복과 양질의 삶입니다.” “도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하고∼ 노력하겠습니다.” 특별자치도 비전이다.

#장면1 –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장. 01.18.(목) 오전. 전주소리문화의전당. 

윤 대통령이 입장하며 주요 인사들과 악수한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짧게 악수하며 말을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별 반응 없이 지나친다.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 외친다. 현직 국회의원이 입이 틀어 막히고 팔다리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이날 소동에 정작 열심히 준비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은 ’그냥 묻혔다‘.

#장면2 – 순창군 동계면 행정복지센터. 장면1 과 비슷한 시각.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목욕탕에서 할머니 네 분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온다. “오늘 같은 화·목·토는 여자들만 허지요.” “만나서 개운허게 목간(목욕)허고 숭(흉)도 보고, 밥도 같이 먹응게 좋아요.” 10여 년 전 김완주 도정 때 시작된 ’작은 목욕탕‘ 캠페인 현장이다. 전국적으로 목욕탕이 없는 농어촌에 뿌린 내린 ’전북발 굿아이디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20일. 아직도 도민들은 ’특별‘이 무엇인지 모른다. 정작 공무원들조차 잘 설명하지 못한다. 2006년에 제주도, 2012년 세종시, 2023년 강원도 그리고 올해 전북이다. ’특별‘ 어떤 의미인가? ’특별‘은 영문으로 ’Special’이다. ‘일반적인 것과 아주 다름’이라 설명한다.

홈페이지다. 제주특별자치도(濟州特別自治道, 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 강원특별자치도(江原, GangWon State). 전북특별자치도(全北, JeonBuk State). 제주는 ‘특(Special)’이 설명되는데 강원이나 우리 전북은 ‘도/주(State)’로 표기했다. 그냥 강원도, 전북도다. 궁금하다.

미국에는 위싱턴이라는 이름의 광역지자체가 두 개 있다. 서부의 워싱턴주(State of Washington)와 수도 워싱턴D.C.(Washing, District of Columbia)이다. 워싱턴주는 ‘보통 주(州)’, 워싱턴D.C.는 ‘콜럼비아 특별구’로 소개된다. 지역민들 D.C.에 자긍심 으뜸이다.

우리 국민 인식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무비자로 외국인들도 입국할 수 있다. 중국인이나 각국 사람들이 쉬이 오간다. 관광과 범죄도 동시에 크게 늘었다.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 건지 모른다. 강원특자도는 군사 접경지역이자, 낙후지역이기에 지정한 곳이다. 지난 1년 동안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제주=관광, 세종=행정수도. 강원=?, 그렇다면 전북 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정체성(正體性), 즉 ID가 필요하다.

지난달 18일 출범식에 전야제 포함해 6억 원이 들었다. 명칭 변경을 위한 예산이 36억 원이다. 이정표·간판·차량 표식 등이 바뀌었다. 명칭 브랜드는 ‘전북’에서 ‘ㅂ’ 아래쪽과 ‘ㅜ’에 악센트를 주어 둥그렇게 했다. 간판만 특별한 ‘전북특별자치도’는 안된다. 도민들의 자긍심/프라이드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외국인 근로자 체류비자, 사립대 정원 조정 등 특례가 담겼다지만 소수의 지역 엘리트만을 위한 법은 안된다는 지적이다. 제주특자도에 있는 재정특례가 강원도나 전북도에는 없다. 

올해 65세 이상 한국 고령 인구는 973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9% 정도다. 전북은 더 심각하다. 전국 대비 2∼3% 정도에 그치는 가난한 전북 살림살이. 지난해 전북인 누구나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2024년 올해 예산은 증가율 마이너스, 전국 꼴찌다. 냉정해야 한다. 지지자들의 숲에만 갇혀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18년 영국은 노인·고독사 문제가 대두되자 ‘외로움부’를 신설했다. 좋은 예다. 전국 최초로 다문화가족 프로그램이 전북에서 시작되었다. 인구도 가장 빨리 주는 지역이다. 소외지역, 낙후지역 그야말로 대한민국 소수(minor)그룹 대명사가 바로 전북이다. 노인·어린이·장애인·농민 등 조직화 되지 못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리 시대 특별구’를 만들어야 한다. 자강(自彊)이다

계층 간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기후 위기를 의제로 삼아야 한다. 시대정신이 고루 담겨야 한다. 제주·강원·세종에는 없는, 오로지 전북만의 고유정책(JeonBuk Idea)으로 준비해야 한다. 도민들이 이해를 넘어 감동해야 성공한다.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특별자치도 출범식 날. 툭 던지는 할머니 말에 그저 부끄럽다. “글믄 인자 우리도 서울사람 같이 되는 거여∼”

 

김정기(前 KBS전주 편성제작국장). KBS PD. 1994년 다큐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시작으로 ‘지역문화’와 ‘한민족 디아스포라’에 관심이 많다. 3.1절 기획 ‘무주촌 사람들’ ‘키르기즈 아리랑’. ‘한지’ ‘’백제의 노래‘ 등 30여 편의 다큐멘터리와 ’아침마당‘ ’6시내고향‘ 등 TV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금은 오로지 전북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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