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호위를 받으며 운서정 가는 길
꽃의 호위를 받으며 운서정 가는 길
  • 김규원
  • 승인 2023.03.30 14: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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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숙/수필가
김영숙 / 수필가

오늘도 나는 천연기념물 꽃의 호위를 받으며 운서정에 간다. 운서정은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35호 지정된 섬진강 지류인 오원천(烏源川)가의 사선대 위에 건립된 정자이다.

운서정 가는 길은 계절마다 그 느낌이 다르고 멋이 다르다. 여름은 여름대로 우거진 신록에 삼림욕을 즐길 수 있어 좋고, 가을은 가을대로 형형색색 주단을 깔아놓은 듯한 길을 걸으며 호사를 누릴 수 있어 좋고, 겨울은 겨울대로 운서정 마당에 쌓인 설경에 한 폭의 액자인 듯 착각에 빠지며 정취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오르는 길도 다양하다. 사선문 입구에서 운서정까지 오르는 길은 가을이 가장 멋있었던 것 같다. 온통 단풍 길인데 가을이 계절 중턱에 머물 때쯤 낙엽이 길바닥에 쌓이면 주단 길을 걷는 듯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청소년수련관 뒤쪽 계단을 통해 오르는 길은 이맘때쯤인 봄이 참 예쁘다. 오르는 길 주변에 현호색꽃 군락도 있고 정상에 이르면 천연기념물인 노란 산개나리 군락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또한, 그 산개나리꽃이 지고 산벚꽃마저 질때쯤이면 가침박달나무꽃이 우르르 몰려와서 함박웃음으로 마중한다. 그리고 여름에는 좌산다리 앞에서 성미산성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이용하면 삼림욕은 물론이요, 오랜 역사를 다시금 살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성미산성은 관촌면 성미산(成米山) 정상부에 있다. 지금은 동벽이 일부 복원된 상태이며 전라북도기념물 제100호로 지정되었다. 그 산성을 따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지역 사람들의 건강증진에 상당한 도움이 되긴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등산로가 운서정까지 연결된 것이 아니라 산성을 지나서 주천마을로 내려왔다가 다시 사선대 능선으로 올라가야 하는 불편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내가 자주 찾는 이유는 불편함보다는 보고 느끼고 얻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요, 운서정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운서정에서 바라보는 관촌면 소재지와 사선대 공원의 잘 정비된 풍경은 땀 흘리며 오른 노고를 보상하는 데 충분하고, 산책으로 말미암아 자연의 품과 운서정에 깃든 정신을 상기하는 계기가 되니 좋다.

어쨌든 이렇게 다양한 길과 다양한 계절 중에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바로 가침박달 나무꽃이 화사하게 피는 봄이다. 구름마저 쉬어가는 곳 운서정, 그곳에 올라 사선대를 굽어 오원천을 바라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곳에서는 섬진강을 젖줄 삼아 살아가는 관촌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한눈에 보인다.

청소년수련관 쪽 계단 길을 오르면 산개나리꽃이 반기고 그 꽃이 한 송이 두 송이 지기 시작하면서 줄기마다 파릇파릇 새싹이 줄지어 나오고 그 옆에서 가침박달 나무꽃이 배턴을 이어받아 사선대 기슭을 환하게 밝힌다. 주로 중부 이북 쪽에 자생하는 나무인데 남쪽에서 유일하게 우리 지역 사선대 기슭에 자리 잡았고 군락을 이루고 있으니 당연히 대접받아 마땅하다.

가침박달나무는 이파리와 꽃이 함께 핀다. 꽃을 자세히 살펴보니 꽃잎이 다섯 장인데 꽃잎 사이가 조금씩 벌어져 있고 주름졌다. 옹기종기 피어난 꽃송이를 보고 있자니 초록 화선지에 흰 물감을 뿌려 자연이 그린 명작을 감상하는 듯하다. 꽃도 특이하다. 씨방 여럿이 바느질할 때 감치기로 꿰맨 것 같다. 그래서 그 이름이 가침박달나무란다. 감치기와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는 의미가 더해져서.

산 개나리 또한, 갈잎 넓은 잎나무로 물푸레나뭇과에 속하며 주로 북한산, 관악산 등 주로 중부지방에서만 발견되던 것으로 이곳 남쪽에서 발견된 것도 드문 일인데 좁은 면적에 230여 그루가 모여 사는 것은 더 드문 일이라 학술 가치와 종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보아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이라 했다.

이렇듯 귀한 산개나리와 가침박달나무 그리고 구국 충정의 결기가 서린 운서정을 품은 사선대는 지역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아낌없이 내주고 있으니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보호해야 할 의무에 막중한 책임감마저 든다. 특별한 것 없어도 가끔은 내가 사는 지역의 귀한 보물을 둘러보고 덤으로 천연기념물 꽃의 호위를 받으며 이렇듯 자랑할 기회가 있으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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윰짱짱 2023-03-31 21:13:07
천연기념물 꽃의 호위를 받는다는 표현이 참 예쁘고 좋습니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