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참정권 돌려줘야
민주당, 참정권 돌려줘야
  • 신영배
  • 승인 2022.04.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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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대표이사
신영배/대표이사

선거 브로커의 장난질에 젊은 초보 정치인이 날개를 접었다. 모처럼 정치 신인이 전북 선거판에 등장하여 반가웠는데, 극성스러운 브로커의 농간을 견디지 못하고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예비후보에서 사퇴했다.

민주당의 아성인 전북에는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어진 5-60대 정치인이 꽉 차 있어서 좀처럼 정치 신인이 나타나기 어렵다. 기성 정치인의 하수인처럼 온갖 궂은일을 다 하며 비위를 맞추어야 시의원 선거에라도 나설 수 있는 구태의연(舊態依然)한 정치 풍토에서 그의 등장은 제법 신선한 모습이었다.

그는 브로커의 유혹 속에서 선거라는 아름다운 민주주의 축제가 얼마나 변질하고 추잡해졌는지 목격하며 절망했을 것이다. 신인으로 등장한 선거 경험을 통해 새로운 인생 경로를 얻고자 했을 터이지만, 그의 손에 남은 것은 타락한 정치가 퍼지르는 오물뿐이었을 듯하다.

선거 브로커가 출현하여 주권을 농단할 수 있는 건 전북이 민주당의 뿌리였기 때문이다. 신라가 당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백제를 멸망하게 한 이후, 권력의 중심에는 영남이 있었고 쌀이 많이 나는 호남은 그들의 경계 대상이었다.

고려와 조선왕조를 지나면서도 영남과 호남은 늘 반대편에 있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새 정부가 세워져 이승만 독재가 시작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교활한 수단으로 권력의 중심에 들어섰고 호남은 야당인 민주당의 본거지가 되었다.

천년의 역사에서 전북은 늘 변방이었다. 남도는 김대중이라는 야당 지도자를 키워 대통령을 만들어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전북은 인물을 키우지 못했다. 쓸만한 인재가 나오면 헐뜯고 질시하여 끌어내리고 말았다.

오늘의 전북 토호 세력은 역사 속에서 이름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대를 넘어 대물림되었던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전라감영의 아전(衙前)들은 유명했다. 전라감사도 아전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곡창 호남에서 빈손으로 갈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들의 눈치를 보았다고 한다.

지금 전북의 토호 세력은 일부 정치인과 토호 언론, 유력 기업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다. 선거 브로커도 그들의 한 구성원이 되어 선거를 뒤흔드는 조직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국민의 주권을 왜곡하는 여론 조작도 마다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공천을 중단하고 규칙을 바꿔야 한다

 

민주당은 12일과 14일 중앙당에서 시도지사 면접을 진행하고 전북지역에서는 14일부터 기초단체장 후보 면접을 진행한다. 민주당 관련자가 선거 브로커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도 여전히 계획대로 공천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 주권을 제멋대로 왜곡하는 브로커가 민주당 당직자라는 내용이 밝혀졌는데도 아무런 조치나 반응이 없다. 현재의 경선 룰로 경선을 치르면 당연히 브로커가 꾸민 각본대로 흘러갈 터인데도 그대로 경선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하여 전북 도당이나 중앙당의 사과 한마디도 없다. 물론 당 차원에서 사태를 중시하고 관련자를 고발해야 할 것인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여러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나 공천을 중단하고 100% 국민 경선으로 진행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민주당이 시민들의 요구대로 경선 규칙을 바꿔버리면 브로커는 헛짓한 셈이 되고 결국 토호 세력의 시도가 무산되기에 그대로 진행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의 처사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선거 규칙을 변경하는 데 반대한다면 그가 바로 브로커와 손잡은 자다.

민주당 전북도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구성에 내부 당직자들이 주류를 이루어 공정을 의심하는 시각이 넘쳐도 교체 없이 진행하는 일은 또 무엇인가? 무슨 짓을 해도 민주당을 버리지 못할 터이니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말인가?

여러 시민단체와 도민들이 문제를 들고나와도 아무런 조치 없이 경선을 진행하는 민주당의 속셈은 무엇인가? 마치 민주당이 브로커의 뜻에 따르는 하수인이 아닐까 싶은 한심한 생각도 든다. 이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과 단체, 후보자들에게 대답이라도 해야 한다.

일부 언론과 시민들은 이번 선거 브로커가 고발되었지만, 전북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시각도 내놨다. 그들이 토호 세력과 연관되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에서도 모르쇠이고 수사당국에서도 그럭저럭 넘어가면 결과는 도민들의 주권만 도둑맞고 마는 셈이다. 경선이 도민의 뜻과 다르게 진행되어 선택하려던 후보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국민이 주권을 바르게 행사하지 못하고 브로커가 선택한 사람이 단체장이 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생각하면 더욱 심란하다. 단체장은 브로커와 계약에 따라 특정 업체에 사업을 밀어주게 되고 사업 주관 부서장 인사도 그들이 추천한 인물에게 돌아가 자치단체의 행정이 엉망으로 변할 것이다. 참담한 일이다.

본지가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이일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말하는 까닭은 이 일이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어서 쇠귀에 경 읽기가 되어도 자꾸만 주장하고 호소하는 것이다. 아무리 토호 세력의 힘이 세다 해도 아닌 것은 아니어야 세상이 바로 선다.

잘못되는 일인 줄을 알면서 어떤 힘에 눌려 그대로 진행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세상이 다 구정물 통에 빠져 허우적거리니 나도 함께 허우적거리며 살길을 찾는다고 변명하는 건 비겁하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민주당이 이런 일조차 풀어내지 못한다면 2024년 총선은 2016년 선거처럼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

도민들은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후 크게 실망하면서도 연민의 정으로 아직도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중대한 사실을 두고도 모른 척 검은 세력을 돕는다면 도민은 분노할 것이다. 더는 민주당에 마음을 줄 명분을 잃게 된다. 제발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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