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막판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미세하게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믿을 수 없는 ARS 조사여서 아직도 진짜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남은 기간, 작은 바람에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 성향의 ‘여론조사공정’은 2월 마지막 주말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45.4%, 이재명 후보는 42.3%라고 내놨고 또 다른 보수 성향의 ‘미디어토마토’는 윤석열 후보가 44.2%, 이재명 후보는 42.0%라고 발표했다.
지난 2월 첫 주에 두 후보간 차이가 8%P 정도였으나 최근 미세한 오차범위에서 경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여러 차례 지적했던 것처럼 ARS 조사는 적극적 지지층이 아니면 거의 응답하지 않아 실제 여론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ARS 여론조사와 면접조사의 차이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듯이 이번 대선 결과는 정말 뚜껑을 열어보아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더구나 우후죽순처럼 70여 개의 조사기관이 만들어져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점을 상기하면 9일의 개표 결과는 그동안 발표된 여론조사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여론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오는 4일과 5일 이틀 동안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9일 투표하기 어려운 이들이나 사전에 투표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사전투표는 주소지가 아닌 곳에서도 주민등록증만 제시하면 어느 투표소에서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2일 현재까지도 애매한 목소리를 내며 눈치를 보고 있는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야권 단일화는 끝내 불발로 매듭짓는 듯하다. 대신 대선판에 조금 늦게 뛰어들었던 김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의 통합정치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이렇듯 선거일이 불과 며칠 남겨진 다급한 순간에라도 변수가 발생하면 선거 판세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이번 선거처럼 애매한 선거 분위기는 결코 없었다. 마치 선동 전문가의 괴상한 손짓에 전 국민이 마취되어 흐느적거리고 있는 듯한 대선판이다.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버랩
요즘 우리 대선 마당을 보면 윤석열 후보는 미국 제45대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와 이미지가 많이 겹친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당선돼 벌인 이상한 행동으로 크게 부끄러워했다. 또 상생의 글로벌시대가 아닌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는 시대로 변하는 시작점이었다.
트럼프는 당시 선거 유세에서 민주당 클린턴 후보를 비난하고 자극하는 발언을 거듭했고 독특한 제스처로 인기를 몰아 불리하던 선거를 뒤집어 당선했다. 그러나 당선하자마자 미국을 위한 정책만을 주장하며 세계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지구촌 리더 자리를 스스로 포기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부담금을 줄이고 미국이 주도했던 갖가지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등 기행을 일삼았다. 딸과 사위를 백악관 보좌관으로 임용하고 자신이 소유한 호텔에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전통의 골프대회도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서 치르게 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입 관세를 크게 올리고 주한 미군의 유지비를 방위비라는 이름으로 몇 번이고 올려 동맹국마저 어렵게 했다. 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전혀 의사가 없으면서도 북한의 김정은과 만나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처럼 세계의 시선을 농락하기도 했다.
큰 체격에 요란한 제스처로 시선을 끄는 쇼맨십에 탁월했다. 그러나 미국이 그동안 누려온 세계 지도국의 위치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 하원에서 탄핵 소추돼 상원 표결에서 간신히 살아남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실패한 4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46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했다. 선거 후에는 부정 선거였다고 주장하며 백악관을 비우지 않으려 했으며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는 비열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찍게 하려고 일부러 집값을 올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며 내놓은 말들은 과연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인지 모를 만큼 상식 밖의 말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집 없는 사람이 민주당 찍게 하려고 일부러 집값을 폭등시켰다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유세에서 “문재인 정부가 28번의 주택정책으로 계속 실패를 거듭했지만, 실수를 한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 없는 사람이 민주당을 찍게 하려고 일부러 악의적으로 집값을 폭등시켰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어떻게 해서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같은 자리에서 “민주당이 못사는 사람들은 자기편이라고 생각해서 양극화를 방치하고 조장했다.”라는 말도 했다.
또 지난달 18일에는 대구 달성 유세에서 광주시민들의 투쟁 의지가 약해질까 봐 민주당이 광주에 대형 복합쇼핑몰 유치에 반대한다라고 말한 일도 있다. 그는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지역에 대형 쇼핑몰을 건축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조차도 이런 식으로 몰아간다.
큰 체구로 걸핏하면 시도 때도 없이 허공에 어퍼컷을 날리며 막말을 쏟아낸다. 그런데도 현재 지지율에서 선두를 다투는 유력 대선 후보라니..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아니고 마을 이장선거에 나온 후보도 아닌,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후보의 모습이라기엔 너무 부끄럽다.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그가 내놓은 상식 이하의 말들과 거친 모습에 국민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검찰 권력에 인사권과 예산권을 주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조차 없애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당당하게 말할 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일부 언론의 무조건 편들기와 이상한 여론조사 수치가 대선 마당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그 이상한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제 사전투표가 시작되고 나라의 명운이 결정될 본 투표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모두 최면에서 깨어나 바른 정신으로 우리의 큰 머슴을 골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