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여 눈에 보이는 세상이 푸르스름한 안개 속에 있다. 다시 시작하는 한 주일 내내 세상이 흐릿하게 가려져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처럼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4천 명대에 머물러 있지만, 금주 말에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확진자가 늘 것이라고 한다. 어쩌다가 이런 황당한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별 관심 없던 그리스 문자 O(omicron)에 지구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앞으로 얼마든지 더 쎈놈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바이러스가 자꾸만 숙주를 옮기면서 돌연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전염을 멈추지 못하면 끝없이 새로운 변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방역 패스 시행을 두고 법원의 판단이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다중 이용시설 출입에 방역 패스를 의무화한 서울시에 대한 행정심판에서 법원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생활 필수시설에 해당하므로 출입 금지 조치는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리라고 보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방역 패스를 제시하지 않아도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모 정당 대표 1명이 복지부를 상대로 낸 처분취소 신청은 기각되었다. 재판부는 생필품을 사는 건 동네 슈퍼나 온라인 등에서 구입할 수 있고 1명을 위하여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번 학원과 스터디 카페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행정처분 취소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이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취소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방역패스 시행이 어렵게 되자 정부가 17일 이와 관련한 조치를 발표한다는 소식이다.
방역을 위한 제한은 국민 건강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지만, 그것이 국민의 자유를 크게 해치는 정도여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앞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부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그런 시설보다 버스나 지하철 등 이동 수단에서는 사람들이 완전히 밀착하거나 접촉하는 점을 생각하면 기타 이용시설은 방역패스 시행보다 환기와 손 소독 등 조치를 섬세하게 하는 게 옳다는 생각도 든다.
‘나’를 위해 ‘우리’를 잊는 사람들
광주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영하의 날씨에도 6일 만에 한 층을 올리는 콘크리트 타설을 강행하다가 아래층이 무너지면서 대형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6명이 실종되어 1명의 시신만 찾았다.
고층 건물은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져 겨울 공사는 16일 정도 양생한 뒤에 한 층을 올리는 게 기본인데 6일 만에 올렸다니 할 말을 잊는다. 시간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공사 현장이지만, ‘돈’을 위해, 내 수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다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 것이다. ‘나’를 위해 ‘우리’를 잊어버리는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 풍경의 단면이다.
얼마 전에 신세계 그룹 정 아무개가 ‘멸공’ 타령을 부른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마트를 찾아가 ‘달파멸콩’이라는 장보기로 화답하고 보수 정치인들이 줄이어 따라하기로 이어지는 치기(稚氣) 어린 행동들이 이어졌다.
보수세력의 눈에 진보 세력은 그들이 어릴 적에 배운 ‘쳐부수자 공산당’의 공산당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많이 버는 사람이 세상을 쥐고 흔들며 주인으로 행세하는 세상이다. 자본가와 권력자가 세상의 주인이고 아랫것들은 죽어도 좋고 발로 짓밟아도 좋은 세상을 꿈꾼다.
그러니 가난한 자들을 돌보고 살피는 세상에 불만이 가득하다. 그래서 그 ‘함께 살자’는 생각을 지워버리고 싶어서 ‘멸공’을 들고나왔을 것이다. 차별을 극대화하여 아랫것들은 당연히 죽어 없어지는 게 세상 진리인데, 가난한 자들과 함께 숨 쉬는 일 자체가 싫다는 생각이 바로 ‘멸공’일 것이다.
금수저, 다이아몬드 수저들이 돈으로 만든 안락한 환경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흙수저, 무(無)수저들을 부리며 살아야 하는데, 무수저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 마당이 퍽 불쾌하다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저번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마트를 찾아가서 ‘달걀 ·대파 · 멸치 · 콩’을 산 인증샷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바로 그 멸공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장보기 퍼포먼스’로 보여주었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를 지향하여 어려운 이들에게 다양한 복지정책을 펴는 일이 못마땅한 그들, ‘가난 구제는 나라도 할 수 없다.’라는 옛 속담을 진리로 생각하고 실천한 이명박 정부가 생각나서 그들의 생각이 무서웠다. 집권하자마자 복지예산을 삭감하여 4대강 사업에 쏟아붓던 이명박 시대에는 기초연금조차 줄었다.
1%가 나라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가운데 정부가 그 소득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거둬들여 복지 부분에 쓰는 일이 못마땅한 그들이다. 사회복지를 공산주의로 해석하는 ‘꼴통보수’의 근본은 철저한 개인 이기주의에 있다.
나만 잘살고 잘 누리며 살겠다는 그들의 주장에 묵은 시대를 살아온 노인들 대부분이 지지를 보내는 이 현상은 또 무엇인가? 쏠쏠한 금액을 매달 연금으로 받는 전직 공무원과 교원, 대기업 퇴직자들은 어찌 되든 연금을 받아 잘살 터이니 지난 시대의 모럴에 향수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기초수급자와 기초연금, 자잘한 보조를 받는 노인들이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는 건 무엇인가?
‘나’만 생각하며 살자는 이들이 목청을 높이는 가운데, 15일 현재 전라북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랑의 온도탑은 110도, 80억8,500만 원의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나’보다 ‘너’를, 어려운 이웃과 진정한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따뜻한 명절 분위기를 만들어 싸늘한 추위를 녹이고 있다. 그 따뜻함 속에서 ‘우리’와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