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현장의 다른 두 이야기
슬픈 현장의 다른 두 이야기
  • 김규원
  • 승인 2022.01.0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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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지난 5일 자정께 평택 냉동창고 공사 현장에 화재가 발생하여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6일 새벽 화재가 진압된 듯했으나, 8시께 갑자기 재발화하여 대형화재로 변했다. 인근 소방서까지 동원하여 가까스로 불이 잡혀가는 도중에 소방관 5명이 연락 두절, 구조대가 수색에 나섰다.

수색 끝에 2명은 구조하고 2명은 숨진 채 발견, 한 명은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되었으나 병원에서 숨졌다. 문제의 화재 현장은 지난 202012월에 건물해체 과정에서 인부 3명이 사망했던 건물로 알려졌다. 6일 세 소방관 장례를 위한 빈소가 차려지고 이재명, 윤석열 여야 대선 후보와 각계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조문 후 일정을 중단하고 애도를 표했다고 한다. 8일에는 영결식이 치러지고 소방관들은 대전 현충원에 영면했다.

 

세 소방관이 안타까웠던 문 대통령

 

순직한 고 이형석(51) 소방경은 2남매의 아버지이고 고 박수동(32) 소방장은 예비 신랑, 그리고 고 조우찬(26) 소방사는 새내기 소방관이었다고 한다. 동료와 가족들이 오열하는 가운데 치러진 영결식장에는 문 대통령이 일반 조문객 자격으로 참석했다.

뉴스1은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경기도 평택시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소방공무원 세 명의 넋을 기리는 영결식장에 참석해 고인들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30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거행된 평택 물류창고 화재현장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에 예고 없이 참석했다.

8일 새벽에 문 대통령이 영결식에 참석하겠다고 하면서 "대통령으로서라기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는 것이니 별도 의전이나 형식을 갖추려 하지 말고 영결식 참석자 이상으로 준비하지 말라"고 했다고 탁현민 비서관이 밝혔다.

탁 비서관은 "영결식장에 도착한 대통령은 별도의 소개 없이 열의 뒷자리에 서서 운구와 유족들을 맞이하셨고 동료들의 조사를 경청하셨고 유족들의 헌화와 분향을 지켜보셨다""그렇게 모든 식순의 마지막에서야 일어나셔서 홀로 분향하시고 유족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운구 행렬의 뒤를 따르는 유족들과 함께 나란히 걸음을 옮기시면서 세 분 소방관의 마지막을 함께 하셨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세 소방관의 사망이 확인된 후,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인 구조 활동을 벌이다 순직하신 소방관 세 분의 소식에 가슴이 멘다"라며 애도의 뜻을 밝혔었다.

7일에는 유 실장 등을 빈소가 마련된 평택시 제일장례식장으로 보내 조의를 표했다. 유 실장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로 화마와 마지막까지 맞서다 순직하신 세 분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 갑자기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조의를 표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참석으로 영결식장에선 문 대통령에 대한 별도의 소개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앞자리가 아닌 뒷자리에 서서 영결식을 가만히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이날 헌화 및 분향 순서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헌화·분향을 했다. 그리고 국민을 대표해 위로를 전한다며 유가족 개개인에게 조의를 표했다.

이번 세 소방관 사망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앞에 소개한 내용처럼 대변인을 통해 애도를 표하고 다시 7일에는 비서실장을 보내 조문했다. 그래도 마음이 아팠던지 다시 영결식장에 직접 참석해 뒷자리에 일반인들과 같이 앉아서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눈물을 훔쳤고 운구행렬이 나갈 때 함께 서서 배웅했다고 한다.

 

이준석·윤석열 소방관 조문 동행에 박수, 환호

 

6일 국힘 의원총회에서 3번째 화해 쇼를 벌인 이준석 국힘 대표와 윤석열 후보의 이야기가 나왔다. 경제 뉴스 머니5’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는 지난 6일 경기 평택시 소재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의 빈소를 함께 찾았다. 이들은 이 대표의 출퇴근용 자차인 전기차 아이오닉5를 타고 이동했다. 이 대표가 직접 운전대를 잡았고 옆자리에 윤 후보, 뒷자리에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권영세 사무총장이 동석했다.

평택으로 향하기 전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를 향해 "의총 직후에 평택에 가는 일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그리고 택시운전자격증 가진 사람으로서 평택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대표의 제안을 들은 윤 후보는 벌떡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든 후 박수를 쳤다. 의원들도 환호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지난 6'평택행 스케치'라는 제목의 공지를 통해 "(평택으로 향하는) 한 시간여 운행 동안 지난 2주일 공백을 일시에 메울 수 있는 참신한 선거 전략이 논의됐다는 후문이 나왔다"고 전했다. 선대본은 "작은 이 전기차는 사실상 움직이는 선거대책본부였던 셈"이라고 덧붙였다.

화재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고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온 건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사람이나 그를 후보자로 뽑은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할 짓은 아니었다.

그들은 이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이 봉합되었다는 사실만 생각할 뿐, 뜨거운 화재 현장을 누비다가 산화한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의 마음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았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선대본은 공지를 삭제하였는지 보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국힘 이 대표와 윤 후보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의 행동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문득, 이명박 씨가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미국에 가면서 비행기에서 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선거 때 무슨 말을 못 하겠냐?”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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