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요 뉴스는 코로나 확산과 대선후보 가족 관련 사과의 진정성 문제였다.
오늘은 그 사과 이야기를 좀 해볼 참이다. 파란 인도 사과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사과(謝過) 이야기다.
사과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라고 나와있다. 그래서 사과한다면 먼저 사과하는 주체가 잘못을 인정하는 진실한 마음이 확실해야 사과라고 인정할 수 있다.
최근 대선 정국에서 후보자와 관련한 사과가 몇 차례 있었다. 누군가는 이번 대선을 냉소 부르는 혐오의 대선이라고 했다. 대통령이라는 나라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니,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바람직할 터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번 대선에 나선 여야의 유력 후보가 몇 번씩 사과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후보 본인의 잘못을 사과하거나 가족의 잘못을 사과했다. 그런데 그들의 사과 가운데는 진정성 없이 겉으로만, 입으로만 마지못해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과는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어야 제대로 된 사과라고 할 수 있다. 처음 나왔던 사과는 지난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가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에 대해 "군사 쿠테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라는 발언을 한 데서 출발한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이틀만인 21일 SNS를 통해 입장문과 함께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 사과 이후, 10월 22일 텍스트 뉴스에 ‘지난 22일 자정 윤석열 반려견 토리 인스타그램계정에는 연녹색 사과 열매를 토리에게 건네는 사진이 게재됐다. 해당 사진과 함께 "오늘 또 아빠가 나무에서 인도사과 따왔나봐요. 톨이는 아빠 닮아서 인도사과 좋아해요"’라는 글이 함께 게재됐다.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는 발표가 나오고 이어서 자신의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려 국민의 공분을 샀다. ‘사과는 개나 먹어라’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인스타그램 내용에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앞서 그가 한 사과가 진정성 없이 마지못해 한 사과라는 해석과 함께 국민을 조롱한 사진이라고 성토하는 글들이 실렸다.
윤석열 후보 측은 인스타그램 사진을 내리고 토리 계정도 삭제했지만, 여파는 제법 심각했다. 그 사진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규명되지는 않았고 그냥 직원이 장난삼아 올린 것이라는 애매한 해명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 14일 YTN과 오마이 뉴스 기사에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몇 개 대학 강사 지원서에 허위 경력이 기재되어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짜 경력증명 문제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조국 교수 부인 정경심의 사례를 들며 심각한 문제라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윤 후보는 통상적인 일이라는 의미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때 조선일보가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동구 씨 관련 기사를 실었다. ‘이 씨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지난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외국에 서버를 둔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 사이트에 온라인 포커 머니 구매 및 판매 관련 글을 100건 이상 올렸다.’라고 보도했다. 절묘한 보도 타이밍이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아들의 잘못에 대해 사죄의 말씀드린다”며 “언론 보도에 나온 카드게임 사이트에 가입해 글을 올린 당사자는 제 아들이 맞다.”라며 의혹을 인정했다. 이어 “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아들이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며 “아들도 자신이 한 행동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해 무척이나 괴로워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치료도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동구 씨의 본인 사과문도 발표하였다.
지난 17일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기재 문제에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은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준비해 온 입장만 밝히고 질의응답을 받지 않은 채 1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제2의 개 사과’라며 성토했고 윤 후보가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논란이 불거진 것을 사과한 것인지 여론이 끓었다.
18일, 윤석열 후보는 전날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해 직접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허위 기재를 인정한 거냐'는 기자 질문에 "노코멘트 하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윤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년보좌역 면접 현장을 격려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과한 뒤에도 정확히 어떤 부분을 사과한 것인지, 허위 이력을 인정한 것인지 논란이 이어진다'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앞으로 무슨 사안이 생길지도 모르고 어제는 제 아내를 대신해서 국민들에게 말씀을 드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김병민 선대위 대변인은 "어제 윤 후보가 충분히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중심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1분 사과를 충분한 사과라고 말하는 대변인의 말은 마치 ‘어른께서 그 정도 말씀하셨으면 충분한 거 아니냐.’라는 의미로 들린다.
사과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마음 없이 혀끝으로만 뱉어낼 수 없는 참회 끝에 용서를 비는 일이다. 후보자나 선대위 모두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선거는 끝에 이를수록 예민해져서 미풍에도 배가 침몰하는 결과를 보인다. 국민은 절대 어리숙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