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민주노총이 서울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전국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그들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자,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노조법을 개정하여 복수노조와 산별교섭,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덧붙여 최저임금 1만원 공약,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등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권이라고 말하고 이재용은 석방하고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구속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그들은 또 불평등 세상 타파, 노동자 민중이 중심되는 새로운 사회, 디지털 산업 전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서 그들이 주장한 모두를 종합하면 가히 노동자의 천국이 이루어질 듯하다.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사회는 이루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세상이 평등한 세상이고 발전하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기업가는 이익을 위해 기업을 만든다. 공산주의 경제체제가 아니라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목표는 달라질 수 없다.
기업가가 자본을 들여 기업을 만들어 노동자에게 이익을 바치라는 주문과 다름없는 노동자 중심의 사회, 그런 주장을 위해 코로나19의 위험도 불사하자는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현실적으로 그들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1만 원만 두고 보아도 현재 시점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이 된다면 웬만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올해 8,720원이던 최저임금이 내년에는 9,160원으로 5.1% 인상되었다. 월 209시간 기준 월급여액 8만8,040원이 오른 셈이다.
물가는 오르고 소비의 눈높이는 점점 위를 바라보는데 인상분 8만8,040원은 최저임금을 받는 수준에서는 전혀 만족할 수 없는 금액일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노동자는 지극히 적은 수이고 연봉이 높은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어서 5.1% 인상이어도 소기업은 그 부담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오면서 가뜩이나 매출이 줄고 수익 구조가 나빠진 기업이 대부분인데,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심란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고심이 깊다. 최근에 잇따라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많아 거리에는 곳곳에 ‘임대’ 딱지를 붙인 건물이 넘쳐난다. 세무서에는 폐업 신고가 사업자 등록을 하는 수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일터를 잃는 노동자가 급속히 늘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민주노총 근로자들이 코로나19 확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벌이는 일은 어쩌면 이기주의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노동자의 세상을 추구하는 일도 자유이겠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그들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그들의 연봉도 따라서 오르면 더욱 윤택하게 살 수 있을 터이지만, 그에 따라 일터를 잃어 생활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간다는 걸 생각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불평등을 부르는 짓이다. 거기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고노동자 등 단기간 노동자와 소규모 고용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주문도 결국 그들의 일터를 빼앗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며 운영할 수 없는 사업체가 소규모 업체를 운영하면서 근근이 버티는데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출을 더 늘리라면 문을 닫는 게 상책이다. 아니면 전문 업체에 외주를 맡겨 생산하는 방법이다. 어려운 근로자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소규모 업체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세금 경감 등을 주장했어야 옳다.
소규모 업체 노동자의 임금과 민주노총 집행부의 임금 격차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 민노총 간부가 생각하는 임금과 소규모 사업체 직원의 임금은 의미 자체가 다르다. 민노총 간부의 임금은 인간답게 사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말하지만, 소규모 업체 노동자의 임금은 우선 목구멍에 풀칠하고 헐벗지 않을 수 있는 비용이다.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가 아직도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현재의 직장이라도 존속하기를 바란다. 공연히 최저임금이 올라 업주가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거나 노동자를 줄이는 일이 없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 근로기준법조차 그들에겐 사치다.
민주노총이 진정 저 밑바닥에서 헤매는 임시 노동자와 소규모 업체 노동자를 생각한다면,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최저임금 기준과 지역별 차등 세제 등 현실적인 문제를 거론해야 옳다. 수도권과 지방의 모든 비용이 차이가 나듯 적용기준도 달라야 한다.
수도권과 광역시와 기타지역의 최저임금은 차등을 두어야 한다. 세금도 전국에 여러 등급을 두어 부과율에 차등을 두면 수도권 밀집 현상도 줄이고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임금부담이 줄고 세금이 줄어 이윤을 더 낼 수 있다면 수도권 밀집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
미국에서 업종별로 세금이 적은 주에 해당 기업이 몰리고 플로리다주에 상금을 많이 받는 스포츠 선수들이 몰려 사는 예를 보면 지역별 차등 제도가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역별 임금 차이를 두는 일이나 세금 부과율을 달리하는 제도는 결코 불평등이 아니다. 우리처럼 무조건 수도권에 몰려 버티는 현상을 고치는 유일한 방법이 지역 차등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선택은 기업이나 개인 각자의 몫이다.
최근에 수도권에 몰리는 인력과 재화와 문화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초광역화가 논의되고 실행할 움직임이 보이지만, 광역화만으로는 수도권 밀집을 풀어내지 못한다. 지방분권과 함께 지역 차등 제도가 만들어지면 기업과 국민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 그리하여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밀집 문제, 취약 노동자 보호라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효과를 심각하게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