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주눅 든 추석 명절, 그리고 선거
바이러스에 주눅 든 추석 명절, 그리고 선거
  • 신영배
  • 승인 2021.09.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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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미증유(未曾有)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요즈음 세상 풍경이다. 누군가는 인간의 역사가 질병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하지만, 오늘처럼 발달한 과학으로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어찌하지 못하는 걸 보면 우리는 아직도 자연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주를 탐험하고 핵무기를 제작해 한 방에 수십만 수백만의 인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힘을 자랑하던 인간의 체면을 사정없이 깎아내린 코로나바이러스에 우리는 오늘도 기죽어 살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2,000여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생업이 어려운 이들을 생각해 거리두기 한 단계를 낮추더니 그 틈을 비집고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모양세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 가을이 되고, 추수의 계절이 되어 며칠 후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명절 한가위이다. 지난해 추석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두려워 고향의 부모들은 보고 싶은 자녀와 손자의 모습을 영상통화로 만나더니 올해도 그리운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못할 형편이다.

간절한 그리움을 속울음 울 듯 참아가며 우리는 잘 있으니 오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라.’라는 현수막을 동네 어귀에 걸어두는 마음을 생각해본다. 평소처럼 자녀들이 왕래하지 않아서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클 터인데도 혹시 이동 중에 바이러스에 걸릴까 저어해 겉으로는 오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는 노부모들의 심정을 자녀들은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한켠에서는 이런 코로나 상황을 은근히 좋아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명절 때마다 고향에 내려가 음식을 장만하고 기름 냄새를 맡아가며 전을 부치던 며느리들은 이런 상황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지난 시절, 명절 후 도심의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시골 부모가 바리바리 싸 주었던 음식과 식재료들이 보자기를 풀어보지도 않은 상태로 버려져 있다는 서글픈 이야기도 있었다. 

급변하는 세상이니 세대 간 소통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고향의 모든 것을 불결하고 질 낮은 것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사고가 매우 걱정스럽다. 그들의 오늘이 있기까지 그야말로 피땀 흘린 노인들의 숱한 희생이 거름이 되었음을 생각하지 않는 건, 이 사회의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그들의 육체도 아니고 삶의 기반을 이룬 바탕이 바로 고향이며 부모였음을 생각지 않는 철없는 인식에 마음이 퍽 불편하다. 고향과 부모를 모르는 것은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리는 수준을 넘어 근본을 부인하는 짓이다. 참으로 어리석고 딱하다는 생각뿐이다. 

아무리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지만, 지나간 것을 송두리째 버리고 새로운 가치만 추구하는 건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변화에 알맞게 적응하고 발전하면서도 그 변화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아야 그 뒤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흐름을 알지 못하면 자신의 잘못을 느끼지 못하고 오류를 인식하지 못해 결국에는 나락으로 떨어지기에 십상이다.

▶냄비처럼 쉽게 끓어 금세 식는 국민 인식

일본인들이 한국인의 인식 구조에 대해 냄비 근성이라고 했다. 무슨 일에 쉽게 반응해 달아오르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잊어버려 차디차게 식어버리는 성정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퍽 불쾌하지만, 이 말은 매우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이미 우리는 그런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심성은 원숭이들처럼 방정맞고 힘 있는 자에게 쉽게 굴복하고 힘이 없어 보이면 깔아뭉갠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처럼 조급하지는 않는다. 특히 나라의 지도층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놀라울 지경이다.

어찌 보면 우리 국민성이 오늘처럼 변화무쌍한 시대에 알맞다고 할 수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무엇인가 저절로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이 바로 재빠른 대응과 변화에 있었으므로. 상황 판단과 결정이 빠르게 진행돼 손실을 줄이고 능률을 올릴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를 보는 눈이나 세상의 흐름을 돌리는 일은 너무 빠르면 뒤죽박죽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이랬다가 저랬다를 반복하다가 그만두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바로 그런 식이었다. 정책을 내놓고 일정 기간 효과를 충분히 확인한 후에 바꾸어야 하는데, 여론 정치를 하느라 이런저런 반응에 민감하다 보니 집값을 잡기는커녕, 값만 올렸다.

최근에 20대 대통령 후보 선출에도 애매한 여론에만 매달려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니 합리적인 인물보다는 이슈를 만들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과 SNS 흐름, 인터넷 등의 영향력에 따라 인물이 떠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과연 그 인물이 대통령 자리에 앉았을 때,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지방 선거도 치러진다. 지방 선거에는 더 많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민주당의 텃밭인 전북은 지역 정가를 거머쥐고 흔드는 특정인과 그 휘하 사단이 정당공천을 좌우하며 막강한 힘을 과시한다.

조선 시대의 지역 토호(土豪)인 사대부(士大夫)처럼 국민을 눈 아래에 두고 다스린다는 관리(官吏)를 자임하는 자들이 우리를 지배하려 한다. 그들은 스스로 목민관(牧民官)이라 지칭하며 주인을 가르치려 든다. 그런 자들끼리 공천을 나누고 바람을 일으켜 힘 안 들이고 단체장 자리에 오른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바람에 휩쓸려 표를 헌납한 시민들은 단체장들의 감언이설에 기둥뿌리가 썩는줄도 모른다. 그렇게 수십여년을 지내다 보니 전북의 경제적 영향력이 1%대에 머무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그들은 늘 최고의 단체장이라고 자랑을 한다.

행정적으로 능수능란한 자, 가장 깨끗해 보이는 태도, 입속의 혀처럼 비위를 잘 맞추는 인물의 속내에는 대개 구렁이가 열 마리쯤 들어있기 마련이다. 내년 선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상이다.

대선과 지선에서 좋은 인물을 고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우리를 위해 반드시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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