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정치의 흐름이 과연 이래도 되는 일인지 궁금할 만큼 이상하게 가고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를 뽑는 대통령선거가 후보자의 경륜이나 능력, 정책으로 가늠되지 않고 여론조사의 수치로 판가름 되는 듯하다.
숱하게 많은 언론사가 경쟁하듯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는데, 각 언론사의 성향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도 다르게 발표한다. 거의 같은 시기에 시행한 조사에서 선호도 1위와 2위가 엇갈려 나오는 건 예사이고 그 격차가 10% 이상인 경우도 허다하다.
각 후보 진영은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선택하여 홍보에 열을 올린다. 조사 기관에 따라 조사에 앞서 안내하는 내용이 다르고 지문 순서나 유도하는 문구도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과연 오차범위 ∓5%라고 믿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최근 빈번해진 여론조사에 응답률이 5% 정도라니 그 결과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일희일비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응답자들의 성향을 추리해보면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많거나, 여론조사에 반드시 응답해서 누군가에게 유리한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경우만 해도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올 때 업무 중이거나 운전 중이어서 응답하지 않았던 기억뿐이다. 비교적 정치에 관심을 두는 필자가 그럴진대 일반인들이 과연 조사에 응답하는 일이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최근의 여론조사는 도저히 ‘여론’이라고 할 수 없는 여론이 수치로 만들어져 나오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정치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의 생각을 집계한 여론조사이므로 진정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2만 명에게 전화를 걸어 그 가운데 1,000여 명만 응답한 조사의 집계를 국민 대다수의 뜻인 듯 포장해낸 ‘가짜여론’이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조사가 진행되고 발표가 이어지는 게 문제다. 계속되는 보도를 통해 사람들은 그 수치가 정말 국민의 여론이라고 믿게 된다. 그리고 그 흐름에 각자의 생각이 따라가는 소위 밴드왜건(Band wagon) 효과가 발생한다.
어떤 성향이 대세를 이룰 때, 그에 따라가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생각하여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았는데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면 나만 외톨이가 되는 느낌에 얼른 동조하게 되는 이런 현상이 최근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얼마 전에 정치무대에 정식으로 등장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론조사가 정치무대로 끌어들인 유력(?) 대선후보다. 현직 검찰총장을 대선후보 반열에 올려 여론조사를 시행해서 10%를 조금 넘는 지지율을 보도한 세계일보의 기사에서부터 윤 전 총장은 대권의 꿈을 꾸었던 모양이다.
역대 정권에서 가장 충성스러운 검사를 검찰총장으로 기용했고 총장은 정권의 앞마당을 지키는 셰퍼드였다. 그런 선례를 깨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한 마디를 오해하여 윤 총장을 억지로 기용한 문 대통령의 악수(惡手)가 반역의 스타를 만들어 내기까지 여론조사의 힘은 막강했다.
그 윤 후보는 지금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점령하듯 입당하고 그 당의 대표와 토종 후보들을 여론조사의 힘으로 누르려 하고 있다. 굴러간 돌이 여론조사의 힘으로 박힌 돌을 빼내고 안방을 차지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윤 전 총장이 밀고 들어간 국민의힘 내부는 엄청난 갈등과 힘겨루기로 과연 후보를 선출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정도에 이르렀다. 역시 여론의 힘으로 당 대표에 오른 이준석 대표와 최근 복당해 중진의 힘을 발휘하는 홍준표, 이준석 대표와 가깝다는 유승민, 그리고 감사원장 자리를 내놓고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등과 불꽃 튀기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치 데뷔 후 두 달이 넘도록 제대로 된 공약 하나 내놓지 않고 120시간 노동, 대구 민란, 부정식품 선택권, 페미니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까지 내놓는 말마다 말썽을 빚어 근본적인 생각과 소양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당 내부에서는 이준석 후보와 갈등이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친윤(親尹) 정진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른데다 자기가 잘 클 수 있는 곳에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가두리 양식장으로는 큰 물고기를 키울 수 없다.”라고 했다. 윤석열은 돌고래이고 다른 후보는 고등어나 멸치라는 말이다. 이 말에 이준석 대표는 “저는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른 후보를 멸치에 비유하여 폄하한 일을 나무랐다.
여론조사 수치에 고무되어 누구는 돌고래로, 누구는 고등어나 멸치로 만드는 걸 보며 한심하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전혀 국민 여론이라고 할 수 없는 5%의 응답 조사 결과에 후보의 인격까지 깔아뭉갤 수 있는 정당과 그 후보들에 실망해서이다.
정작 대선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고 후보들의 지지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국민의힘 후보 가운데 홍준표 후보의 경우 최근의 태도에서 호감을 얻어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가 내놓는 광역자치단체를 없애고 권역권으로 행정을 효율화하자는 방안이나 모병제와 지원제도를 겸한 국방개혁 공약은 여태 볼 수 없었던, 참신하고 실효성 높은 내용이었다. 서로 헐뜯고 비방하기보다는 홍준표 예비후보처럼 좋은 공약으로 유권자의 공감을 얻는 후보가 마지막에 성공할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 당이 대선후보를 선출하게 될 10월까지 수없이 많은 여론조사와 정당 내부의 갈등과 경쟁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여론조사라는 애매한 방법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차분하게 지켜보면서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 나라를 잘 이끌어갈 후보를 선택하면 된다. 아직도 우리가 지켜보며 판단할 시간은 넉넉하다.
여론조사 장들이 캠프 소속인거 큰 문젭니다.
이명박보다 더한 사람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