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인가?(2)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인가?(2)
  • 신영배
  • 승인 2021.05.04 2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며 이번 주 토요일은 어버이날이다. 5월에는 성년의날과 부부의날이 들어있어서 가정의 달이 되었다. 가정이라는 최소 단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구성원들이 먹고 입고 잠자는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돈이다.

그 절대의 재화인 돈을 벌어야 가정이 원만하게 유지되고 구성원들이 바라는 지향점을 향해 갈 수 있다. 어쩌면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돈 아닌가 싶다. 그 돈을 버는 방법 가운데 가장 흔한 게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이다.

돈이야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을수록 좋다. 그래서 너도나도 많이 벌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각자의 직장에서 승진하거나 사업 실적을 올려 더 많이 버는 노력을 기울인다. 기업주는 많이 벌어서 적게 지출해야 남는 돈이 많아서 좋고, 고용된 사람은 더 많이 받으려 하는 건 당연지사. 여기서 임금 협상이니 연봉조정이니 하는 용어가 나왔다.

욕심 많은 기업주가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고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 일을 막기 위해 최저임금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최저임금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 가장 낮은 임금을 말한다. 나라의 경제 형편과 국민총생산, 최저 생계비 등을 참작해 낮은 임금의 한계를 정한다.

그렇게 정해진 최저임금은 매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여 2021년 적용 시간당 8,720원이다. 주급으로 따지면 주 5일근로 임금 348,800원과 주휴수당 69,760원을 합하여 418,560원이고, 월급으로 계산하면 시급과 주휴수당을 합하여 8,720X 209시간=1,822,480원이 된다.

 

노동단체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0,000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아직 최저임금 위원회에 인상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10,000원 선 정도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노총이 주장하는 시급 10,000원은 사실 노총에 소속된 대다수 노동자들에겐 별 의미가 없는 금액이다. 그들은 시급 10,000 원의 몇 배에 달하는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주로 비정규직이나 시급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군소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최저임금 10,000원을 월 급여로 계산하면 209만원이 된다. 노총의 시각으로 보면 그야말로 웃기는 금액이지만, 만일 시급 10,000원으로 오른다면 1인 월 부담액이 90,000원 가까이 느는 셈이다. 영세 사업장이나 자영업자에게는 이 금액을 감당할 만큼 여력이 없다.

코로나에 모든 것이 먹혀버린 현실에서 자영업자와 군소 업체들은 그동안 수입이 줄어 최소 인원만으로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나마도 수지를 맞추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위해 빚을 내가며 적자운영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업자에게 최저임금을 올려 시급을 더 주라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지난번에도 사례를 들었던 것처럼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을 올려 받을 대상자 30%가 외려 일자리를 잃었다. 노총이 주장하는 인상은 수지를 맞춰가며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임금을 적게 주는 지극히 일부 사업장에 국한한 주장에 불과하다.

현재 일반 식당이나 편의점, 소형 업체들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형편없이 줄어든 수입을 감내하며 코로나 영향에서 벗어날 날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여기에 최저임금을 더 올리게 되면 도리 없이 문을 닫아야 하고 거미줄처럼 이어진 상호 의존관계 업체들까지 무너져 바닥 경제가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

 

현상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독()

 

최저임금은 어려운 근로자들이 최저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악덕 기업주의 이윤 챙기기를 규제하는 의미를 두는 제도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아래서 시간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영세 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간신히 일자리를 얻어 목구멍에 풀칠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돈을 더 받기를 바라기보다 그나마 일자리라도 유지하는 게 최선인 형편이다. 이런 정황을 안다면 지금은 최저임금을 입에 올릴 때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덩달아 임금인상 효과를 볼 사람들이 바라는 일인지 모르나, 그들을 위해 어려운 바닥에서 근근이 목숨을 부지하는 이들의 목숨 줄을 뗄 수는 없다.

현재의 최저임금만큼도 벌지 못하면서 그나마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이들을 위한다면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그들에게 정부나 경제단체에서 부족한 금액을 보태주는 노력을 하는 게 정상이다.

아울러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최대한 바닥 경제 회생을 위해 외식도 하고 소비도 다양화하는 실천경제 운동을 시작할 때다. 수출기업들은 수출이 늘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일부 대기업과 잘나가는 기업에 국한한 일이다.

나라 경제 총량에서는 성장이 있다 해도 국민 대다수의 경제는 파탄지경이다. 기업이 지출을 늘릴 방안이 없는데 억지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더 받던 사람들의 금액을 줄여 적은 급여를 받는 사람의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비상수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런저런 궁리가 통하지 않으면 결과는 낮은 급여를 받는 근로자를 해고하고 숙련된 사람들의 일을 늘리는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해고가 늘어 실업자가 양산되고 취업률은 더욱 낮아지는 악순환이 재개될 뿐이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나서서 최저임금 인상을 말할 정황이 아니다. 그보다는 수지를 맞추면서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 기업의 노조를 움직여 임금인상 투쟁을 권하는 것이 바른 방법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최저임금을 올리는 건 자영업자와 군소 사업자, 기층 근로자 모두를 죽이는 학살 발포 명령에 진배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