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보릿고개에 깡패를 만나다.
백신 보릿고개에 깡패를 만나다.
  • 전주일보
  • 승인 2021.04.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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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성큼 여름이 다가선 듯 반소매 차림이 어색하지 않은 기온을 보인다. 봄은 벚꽃과 함께 지고 4월 마지막 주일이 열린다. 한창 나들이가 즐거울 때이건만 마스크 뒤에 숨은 눈초리들은 불안과 초조, 지겨움이 혼합되어 흐릿하다.

지난 주일의 이슈는 승리에 취한 국민의힘이 금세 본색을 드러내 이명박 박근혜를 석방하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다가 국민 여론이 눈을 부릅뜨자, 다시 앗 뜨거라하고 자라목을 집어넣고 조용하다.

1년짜리 시장 선거에 승리하자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으스대는 꼴을 본 국민은 개 꼬리 3년 묵어도 황모 안 된다.’는 걸 실감했다. 촛불의 의미를 그저 지나가는 봄바람 정도로 생각하여 이제는 다시 지난 시절로 돌아갔다 싶었겠지만, 국민은 지나치리만큼 영악하고 어설픈 정치인들의 상투 꼭대기에 앉아있다.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코로나 백신 보릿고개다. 상당수 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를 풀어 경제활동을 재개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는 이제 겨우 4% 접종을 진행했고 상반기에 많아야 900만 정도 접종이 가능하다는 소식이다.

더구나 미국이 백신 공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듯 해외 공급을 정부 차원에서 억제한다는 뉴스가 나돌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토요일 화이자 백신 2,000만명 분을 추가 계약했다고 우리 정부가 발표했지만, 연말께나 들어올 물량이라니 거의 그림의 떡수준이다. 하반기까지는 백신 맛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백신 보릿고개를 겪는 형편이다.

 

깡패들이나 하는 짓

 

23일 정세균 전 총리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담방송에 응했다. 정 전 총리는 김현정 앵커가 미국이 백신 수출을 규제한다는 말이 있다고 운을 떼자, 선금까지 줬는데 미국이 백신을 가로채겠냐 라며 백신 못 준다? 깡패들이나 하는 짓을 하겠나?”라고 했다.

정 전 총리의 이 말에 네티즌의 반응이 재미있게 나왔다. anglou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는 미국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거나, 총리 시절에 확신이 있거나, 동맹이라는 믿음이 있거나, 이 셋 중에 하나인 것같다.”라고 반응했다. aparty역사가 증명하는 깡패국가인데 뭔 소리를 저렇게 하시는 건지 국익 앞에선 동맹도 없는데라고 댓글을 달았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부분 미국은 원래 그런 나라라고 했다. 미국을 믿고 접종 계획을 수립한 자체가 잘못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거칠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대방을 죽이는 일 따위는 눈도 깜박하지 않고 저지르는 사람들이 모인 나라, 그런 나라에 덜미 잡힌 우리는 언제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답답한 일이다.

아무튼 전주시 만해도 4월 중순부터 75세 이상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사방에 안내문을 붙이고 플래카드를 걸어 선전하더니 4월 말이 되어도 감감무소식이라고 원성이 자자하다. 동사무소에 전화해서 알아보니 조금 연기되었다며 5월 하순부터 6월까지는 접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애매한 대답을 하더라고 했다. 다른 시군도 접종 시설만 열어놓고 시기를 물으면 조금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더라고 했다.

실제 우리 방역 현장에서 약속한 화이자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접종이 미뤄지는 듯 보인다. 정말 깡패들이나 하는 짓에 우리 시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는 말이 된다. 취약계층인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 선금까지 준 거래를 미국이 막고 있다면 그냥 당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백신도 부익부 빈익빈

 

미국은 트럼프 시절에 백신 생산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백신과 백신 물자 생산을 늘리고 통제했다. 이를 바이든 정부가 계승하여 각 회사의 백신과 재료를 통제한다. 미국의 제약회사들은 백신 재료를 우선 공급받아 백신을 제조하고 기술을 특허로 쥐고 있다.

미국에서는 외국서 온 여행자들도 얼마든지 백신을 접종할 수 있어서 백신 여행자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크게 늘어 마스크를 벗은 나라도 있고 경제적 활동도 정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반면 가난한 나라는 여전히 감염자가 늘고 세계적으로 23일 하루 84만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와 최고 기록을 경신하였다. 미국은 남아도는 백신을 규제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셈도 보인다. 어쩌면 5월 문 대통령 방미 회담에서 미국의 비위를 맞추어 중국 견제에 동참하면 백신을 풀어주겠다는 속셈일지도 모른다.

우리 형편으로 중국과 대척 관계에 설 수 없음을 잘 아는 그들이 패권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에게 백신까지 담보삼아 비열한 짓을 한다면 그들은 깡패라는 이름도 아까울 것이다. 겉으로는 정의를 입에 담으며 속으로는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무도한 집단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코로나를 겪으면서 평소 인류애와 지구 평화를 찾던 선진국이라는 집단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그들만 잘살겠다는 자들인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 미증유의 바이러스와 인류의 싸움에서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백신을 재빨리 개발하여 모두 특허로 감싸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화이자의 경우, 백신 가격을 2배로 인상하여 막대한 이익을 취할 태세다.

그들이 백신으로 살판을 맞은 듯하지만, 연달아 나오는 변이 바이러스에 백신 접종해도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도 자꾸만 진화하여 백신을 이기려 경쟁하고 있다니 어차피 인류는 끊임없이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 운명인 듯하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해서 얻은 바이러스이니 쉽게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최근 이러한 백신 독점을 성토하는 세계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특허를 풀고 백신 재료를 자유롭게 거래하여 적정 시설이 있는 모든 나라가 백신을 생산하게 해야 코로나를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톰 브리든 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은 한국을 아시아 백신 허브로 삼아 기술을 이전하고 백신을 생산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변이종이 나와도 기술이 공유되면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이 들을 리 없으니 공염불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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