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꿀꿀해도 웃어봐요."
"우리 꿀꿀해도 웃어봐요."
  • 전주일보
  • 승인 2020.05.14 14:4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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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김 영 숙/수필가
김영숙/수필가

친구야! 물 마실 때 천천히 마셔라”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너무 급하게 마시면 물이 코로나와”  “네 덕에 웃는다. 요즘 이래저래 심신이 고생 중이었는데

친구야, 살살해,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게 아니라 골병드는 거야, 젊어서 고생했더니 늙으니 신경통만 남더라.”

깨복쟁이 친구와 통화내용이다. 요즘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참으로 고마운 전화였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여 우리나라도 바이러스 극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많은 사람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까운 예로 올해 여든 살인 내 시어머니는 일주일에 두 번씩 나가는 노인 일자리와 복지관 노래 교실과 노인정에 다니는 일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인해 노인 일자리가 취소되고 복지관 노래 교실이 중지된 데다 노인정마저 폐쇄되어 식구들 출근하고 나면 종일 혼자 덩그러니 남아 TV만 보신다.

그런데 TV만 켜면 날마다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며 사망자 숫자만 뉴스 속보로 내보내니 그마저도 보기 싫다 하시더니, 언제부터인가 웃음기가 사라졌고 음식도 못 잡숫고 잠마저 편안히 못 주무시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코로나 블루’ 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이 단어는 우울감과 코로나가 합쳐진 신조어로 감염병 확산으로 일상에 변화가 생기면서 생겨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나 또한, 공적 마스크 판매와 일반 약국업무를 병행하면서 육체적인 피로가 쌓여 우울한 날들이 많았던 차에 유머 넘치는 친구의 전화가 반갑고 고마웠다. 친구는 늘 그렇게 재치 있는 말투로 웃음을 전한다. 그의 삶을 슬쩍 엿보면 과히 남들보다 사회적으로 두드러지거나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사는 건 아니지만, 그의 입담은 늘 풍요롭고 여유가 넘친다.

무심코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익살스러움 그 자체인데 특히 사이버상의 동창 모임 카페에서 구수한 강원도 고향 사투리와 아재 개그를 가미해서 달아주는 댓글은 정겹기 그지없다. 내가 하면 무척 썰렁한 이야기도 그의 입이나 댓글을 통하면 유머가 되고, 향수가 된다.

어느 날 내 팔자는 왜 이리 꼬이는지 몰라하고 넋두리했더니 그 친구는 (8)자가 피면 개 코나 뭐 남는 거 하나 있나? (0)이지.”라며 재치 있게 받아줘서 피식 웃은 적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유머 몇 마디가 일상에 지치고 짜증 난 사람들에게 작은 낙이고 비타민이 될 수 있다. 유머란 따뜻한 웃음을 전파하며 세파에 찌들어 주름진 우리들의 마음을 활짝 미소로 펴주는 다리미 아닐까.

어느 학자는 웃음은 어떠한 약보다 뛰어난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어 비용 없이도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이라 했다. 그런 유머를 통해 지친 마음에 위안을 주고 친근감을 보태고 누군가에게 미소 짓게 만들고, 또 누군가에게는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전이시키는 재능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그런 능력이 어디 갖고 싶다고 마음대로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인가? 어디선가 유머를 구사하는 능력은 꾸준한 노력으로 계발할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그에 용기를 얻어 나도 나름대로 유머가 담긴 책도 읽어보고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면 유머 방부터 먼저 열어서 읽다 보니 이론적으로는 빠삭해졌다.

그러나 실기는 수학 문제 풀기보다 더 어렵다. 또한, 온갖 노력 끝에 어렵사리 응용했다 치더라도 듣는 이의 반응이 썰렁해서 민망할 때가 더 많고 아무 곳에서나 통하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타이밍을 가늠할 줄 아는 눈치도 있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되받아 칠 줄 아는 순발력도 필요하다. 어렵사리 이래저래 대화 속에 유머를 찾아낸들 일상에서 접목할 능력이 없으면 또 낭패 아니던가? 그렇다고 아예 포기할 수는 없다. 웃기는 능력이 없다면 호탕하게 웃어주면 되는 일 아닌가? 웃기는 사람이 있다면 반면 격하게 호응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것, 다행히 나의 장점은 잘 웃는 것이다.

이건 되도록 빠른 속도록 삼켜야 해요. 왠지 아세요? 늦으면 목이 뻣뻣해진다니까요언젠가 손님이 비아그라를 사가면서 하는 말에 웃었더니, 그는 내가 웃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넌 웃을 때 예뻐! 특히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에서 쉬고 싶다니까.” 연애 시절 남편은 입버릇처럼 말했고 나는 농담인 줄 알면서도 마냥 행복하지 않았던가. 요즘은 살쪄서 보조개가 얕아져 쉼터가 사라졌다고 놀려도 나는 웃는다.

웃음은 감기처럼 전염성이 강하다. 심리학에서도 억지로라도 웃는 표정을 지으면 실제로 웃을 때와 비슷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고 했다. 웃을 때마다 우리 몸의 231개의 근육이 운동한다고 한다. 유머 형 인간이 못 된다면 익살스러운 사람들이 제공하는 재미있는 유머로 웃음 샤워 개운하게 하고 그 바이러스에 전염되면 행복해진다.

생산과 수요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아야 좋은 세상일 테니까. 제아무리 재미있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이라도 진심으로 화들짝 웃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정말로 힘 빠지는 일이 아니겠는가?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 했다. 웃음은 만복의 근원,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 웃을 일들이 별로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내가 먼저 웃어서웃음 바이러스를 환하게 전파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지금은 코로나 19를 조심하자는 문자에서부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 규칙을 전하는 메시지로 짜증나는 날 많지만 너 나 할 것 없이 거리마다 웃음이 넘쳐나서웃음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라는 행복한 경고문이 전광판에 뜨고 문자메시지가 홍수 지는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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윰윰 2020-05-15 09:16:15
항상 미소짓게히는 좋은글 감사해여 ^-^!! 가뭄의 단비네요~~~

율율 2020-05-15 09:31:31
웃음짓게 만드는 글~~ 감사합니다~~~~~!! 화이팅!

소나기 2020-05-15 09:37:19
코로나바이러스말고 웃음바이러스!!! 정말 좋은 글입니다^^ 다들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