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주꾸미
  • 전주일보
  • 승인 2016.12.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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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가운데 일명 ‘민대머리 삼총사’로 불리는 게 있다. 문어, 낙지, 주꾸미다. 똑같은 문어과에 다리(팔) 수도 8개로 같지만 부자나 형제 관계는 아니다. 문어(文魚)는 팔척장신(2∼3m) 헌헌대장부다. 이름도 글월 ‘文(문)’이다. ‘문자 속을 아는 물고기’인 것이다. 낙지(60∼70㎝)는 문어보다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잘빠졌다. 주꾸미보다 3배쯤 크다. 주꾸미(15∼20㎝)는 몸통(머리)과 팔(다리)이 딱 붙은 ‘숏다리’, 아니 ‘숏팔’이다. 주꾸미 몸통 속엔 위, 간, 아가미, 생식기 등 모든 기관이 들어있다. 사람들은 그래도 몸통을 ‘머리’라고 부른다. 팔을 ‘다리’라고 우긴다.

문어는 제사상에도 오를 만큼 극진한 대접을 받고 낙지는 최상의 해산물로 미식가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한데 비하여 주꾸미는 인기가 별로다. 덩치가 작고 살이 물러 요리법이 다양하지 않아서다. 낙지와 달리 주꾸미는 날 것으로 잘 먹지 않고 데쳐 먹는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란 말이 있듯이 특히 4∼5월은 주꾸미가 알을 가지고 있는 계절로 어느 때보다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그러나 알이 꽉 찬 주꾸미는 반쯤 찬 주꾸미에 비해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 아마도 알에 영양분이 다 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알이 절반 정도 든 것이 가장 맛있다.

주꾸미는 영양이 풍부하다. 특히 간의 작용을 도와 피로회복과 눈에 좋은 타우린이 몸 100g당 1.6g이나 함유하고 있다. 그밖에도 비타민 B2(0.18㎎)와 철분(1.4㎎)이 많아 빈혈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세계 2차대전에서 일본군 비행기 조종사에게 주꾸미를 달인 물을 먹여 시력을 회복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또 주꾸미의 먹물 속에는 항암작용과 위액분비의 촉진작용을 도와주는 물질이 있다고 한다. 옛날 어촌에서는 주꾸미 먹물을 이용해 치질을 치료했고, 여성들의 생리불순을 해소하는 데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기록도 있다. 주꾸미를 통으로 먹어야할 이유다. 그 밖에도 주꾸미는 필수 아미노산 등 다른 영양소가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봄이다. 입맛은 떨어지고 춘곤증에 시달리는 계절이다. 제철에 맞는 계절음식이 필요한 때다. 쫄깃하게 삶고 데치고, 맵고 달콤하게 볶은 주꾸미 풀코스 요리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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