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공인인증서와 인감증명서 등을 빼내 혼자서 2억원의 전자소송을 벌인 30대가 구속됐다.
전주지검 형사 2부(부장검사 이원곤)는 17일 타인의 아이디를 무단생성·도용해 전자소송시스템에 접속, 소송을 진행하려 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등)로 정모(39)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해 8월29일 위조한 차용증서를 첨부해 대법원 전자소송사이트에 접속, 전주지방법원 민사부에 "A씨는 2억원 및 이자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대여금청구의 전자소송을 제기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2012년 10월 A씨 사무실에서 몰래 빼돌린 A씨의 인감증명서와 공인인증서를 이용, 법원 전자소송 시스템에서 A씨 몰래 회원으로 가입해 아이디를 생성하고 A씨 명의로 사전포괄동의까지 신청했다.
'사전포괄동의'란 1년 이내의 일정한 기간을 정해 그 기간 안에 민사소송 등의 당사자가 될 것을 예정해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한 진행에 사전 일괄동의하는 것으로, '사전포괄동의'를 신청한 당사자의 경우 유효기간 동안 제기될 모든 민사소송에 대해 최초의 송달로부터 전자적으로 송달 처리된다.
정씨는 이런 점을 악용해 A씨가 소송진행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전자소송 제기 후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시스템에 접속한 다음, 이메일 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소장송달까지 받았다.
정씨의 이 같은 행각은 청구액이 2억원에 달하는 데 반해 이례적으로 사전포괄동의의 효력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음에 의문을 품은 전주지법 담당 판사가 종이소송절차로 전환, 변론기일을 지정하면서 탄로가 나게됐다.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