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 살림살이 준비에 가장 중요한 시기가 요즘이다. 옛말에 일년지계 재어춘이라 했지만, 도정으로서는 내년 일년 살림을 가름하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중요한 사업을 결정하고 수행하는데 필요한 돈을 넉넉히 마련해야 해서다.
요즘 국회는 마지막 예산 획득을 위한 전쟁터라고 한다. 얼마 전에 전북자치도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과 지역 유관 인사들을 초빙해 '원팀’ 구성을 강조했던 것도 이 때를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한 노력이 여야 대치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전북자치도는 이번 국회에서 새만금사업 예산 확보, 대광법 국회통과, 제2경찰학교 남원 유치 등 한치도 미룰 수 없는 지역 현안 해결과 목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전북자치도와 정치권의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잇딴 세수결함으로 세입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는 정부가 긴축재정 기조를 강력하게 밀고 있어서 그 결말이 어떻게 흐를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예산은 생산성 있는 예산이어야 한다.
전라북도는 지난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로 출범했지만, 지역내 총생산이나 1인당 총생산액을 살펴보면 최하위 수준이다. 자치단체와 정치권이 요즘처럼 기를 쓰고 예산획득을 위해 노력하지만, 재정자립도는 23.1%이고 도민 소득은 늘지 않는다.
이름만 특별자치도이고 관련 법령은 고쳐지지 않아서 지역 이름 쓰는데 글자 수만 늘었을 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부울경, 충청권, 광주 전남권이 모두 광역화를 서두르고 있는데, 우리는 전주시와 완주군 통합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사업도 김제와 군산시의 관할권 다툼이 진행 중이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있다. 사소한 이익 다툼 때문에 일의 시기를 놓쳐서 자꾸만 주저앉으니 전북은 그냥 백년하청(百年河淸), 꼴등으로 처져 있다가 분해되고 말 것이다.
정부로서는 이렇게 전북지역 시군들이 서로 다투는 상황이 싫지 않다. 정부가 그 다툼을 구실로 예산을 쓰지 않으니 좋은 것이다. 그 예산액은 열심히 통합하고 발전하려는 지역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하다.
몇 번이고 지적했지만, 합치고 단결해야 이 급변하는 시기를 무사히 넘을 수 있다. 정부예산을 가져와도 생산성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의 생색을 위해 겉만 번지르르한 예산은 필요없다. 단돈 100원을 얻어와서 200원, 300원을 만들 수 있어야 우리가 산다.
제발 코앞의 이익에 목매지 말자.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고 좁은 시군보다 전북을 생각하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라던 속담처럼 사소한 잇속 챙기기에 빠지다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제발 고개를 들고 멀리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