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에도 숱한 사건이 뉴스라인을 장식했고 지켜보는 나라 주인의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다. 16일에는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와 부산광역시 금정구청장, 인천광역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 전남 곡성군수의 재보궐과 보궐 선거가 있었다.
선거 결과 서울특별시 교육감에는 진보 성향의 정근식 후보. 부산 금정구청장에는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 인천 강화군수에는 박용철 후보, 전남 곡성군수에는 조상래 후보, 전남 영광군수에는 장세일 후보가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들 선거에 관심사는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에 다시 진보 성향 인사가 당선할 것인지 였지만, 정근식 후보가 과반의 득표로 무난하게 당선했다. 일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정근식 교육감 당선을 도운 셈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단체장 보선의 관심사는 전남 곡성과 영광군수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의 활약 여부였다. 야 3당이 후보를 낸 두 곳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조국혁신당은 곡성에서 2등이었고 영광에서는 3등으로 밀렸다. 한 달 내내 고생하며 애쓴 조국 대표의 열정도 보람이 없었다.
아직 조국 혁신당이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지역에서 자리를 잡는 건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보인 비례대표를 밀어준 일과 이번 보선은 전혀 다른 선거라는 사실을 정리해준 선거였다고 할까?
17일에는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사건의 피의자였던 김건희 여사를 무협의 처리했다. 관련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까지 유죄가 인정되고 김 여사 연루 의혹이 더욱 짙어지는 상황에서 서울중앙지검이 단독으로 내린 불기소 결정이다.
서울중앙지검은 17일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관련 피의자 김건희를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시세조종 주문이 확인됐지만, 검찰은 ‘김 여사가 이를 알지 못했다’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수사를 통해 확인된 증거와 법리를 종합할 때 피의자가 주범들과 공모하거나 범행을 인식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 거래했다고 보기 어려워 ‘혐의 없음’ 결정했다”라는 그 추론 능력이 아깝다.
더하여 검찰은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과정에서 계좌가 활용된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에 대해서도 “권 씨의 요청으로 자금 또는 계좌를 제공한 것뿐”이라며 무혐의 처분했다. 훌륭한 대한민국 검찰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친 윤석열 라인’으로 새롭게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제공한 것이다. 검찰 역사에 또 하나의 ‘돋을새김’ 기록이 남게 되었다. 야당은 “대한민국 사법질서가 김 여사 앞에서 무너졌다”라며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1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을 두고 여야가 따지다가 격화하여 1시간 만에 산회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관련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오후 속개한 법사위에서 역시 ‘김 여사 불기소’를 두고 여야가 난타전을 벌였다. 야당은 “검찰이 김 여사 로펌인가”라며 검찰을 향해 공세를 집중하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 언급으로 맞불을 놓았다.
야당은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호위하는 친위 부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대통령 부부를 위한 친위 수비대, 중전마마를 보위하는 신하, 김 여사가 만든 쓰레기를 치워주는 해결사로 전락했다”라고 비난했다.
19일 오후, 촛불행동은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1차 촛불대행진 10월 전국 집중 촛불’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숭례문 방향 4차선 도로 170m가량을 메운 이날 집회에 연인원 1만2천 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모인 시민들은 최근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불거진 각종 의혹과 급격히 경색된 남북 관계 등을 짚으며 ‘윤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쳤다.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무혐의 처리한 사실을 비판했다.
촛불행동은 집회 결의문에서 정부를 두고 ‘침몰하는 난파선’에 빗대며 비판했다. 여권과 지지층마저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 상황을 두고 “모두가 난파선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우성치고 있다. 탄핵은 이제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폭로를 시작한 명태균 씨는 16일 캬캬오톡 대화 갈무리가 “2천장 정도 있다”라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고 한다. 명 씨는 공개한 메시지보다 “파장이 10배, 100배도 넘는다”라며 큰 파장이 있을 것을 예고했다.
명 씨는 “여사와 주고받은 문자는 애피타이저도 아니다”라며 “(내가 갖고 있는 메시지 갈무리가) 2천 장 정도 되는데, 진짜 최고 중요한 것만 까도 한 200장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대통령이 ‘체리 따봉’하는 것도 있다. 내용은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최근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나라 정치는 끝 간 데를 모르고 추락하는 느낌이다. 검찰은 조사하는 사안마다 무혐의로 처리하며 열심히 덮고 있지만, 나쁜 냄새는 덮을수록 더 진하게 퍼지기 마련이다.
이쯤에서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털어놓고 잘못이 있다면 용서를 빌고 합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데 가장 윗물이 이처럼 애매해서는 나라에 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 이런 걱정 아니어도 국민은 힘들고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