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일보
  • 승인 2018.03.22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은 겨울의 빈 자리를 메우고 온 천지에 따스한 기운을 전하는 계절이다. 얼음이 녹고 대동강 물이 풀리며 개구리를 비롯한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생명의 계절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봄이다. 겨울 외투를 벗은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고 얼굴엔 여유와 웃음이 묻어난다.

봄은 꽃으로 시작해 꽃으로 끝난다.

동백과 매화는 엄동설한이 막바지 심통을 부리는 가운데 피어나 봄이 왔음을 알린다.

이어 피어난 벚꽃과 산수유, 목련, 진달래,개나리, 철쭉 등 온갖 봄꽃은 봄의 시작에서부터 절정, 끝자락까지 피고 지며 봄을 채운다. 그래서 봄은 갖가지 봄꽃만으로도 볼거리가 넘쳐난다.

봄의 어원에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따스함을 뜻하는 불의 옛말인 '블'과 오다의 명사형 '옴'이 합해져 블의 'ㄹ'이 탈락해 '봄'이 됐다는 설이다. 또 다른 학설은 보다라는 말의 명사형 '봄'이 원래 '새봄'으로 불리다 새가 빠지고 봄으로 굳어졌다는 견해다. 어디에서 왔건 '봄'에는 따스한 생명의 기운이 온누리를 감싼다는 뜻이 들어 있다.


하지만 봄이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시인 김소월은 자신의 시'진달래꽃'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고 읊었다.

북한 핵개발의 전초기지가 있는 시인의 고향 평안북도 영변 약산은 연분홍 진달래 군락지이다. 소월은 암울한 일제 치하에서 자신의 불우한 일생과 이별의 고통을 고향 산하에 피어난 진달래에 빗대어 울부짖으며 봄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진달래꽃처럼 한많은 생을 마감했다.

'강진의 소월 '이라 불렸던 시인 영랑은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며 봄에 대한 단상을 표현했다. 영랑은 찬란한 슬픔의 봄을 탄식하며 한국전쟁에서 입은 부상으로 통일된 조국의 봄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화해 무드로 바뀌면서 한반도에 평화의 봄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 열기가 서서히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피해자들의 잇따른 제보와 고발 속에 '미투 열풍'이 또한 봄을 무색케 할만큼 거세다.

'미투' 피해자들은 짧게는 음지에서 고통과 상처를 겪으며 봄을 맞았다.

이렇듯 봄은 누군가에게는 기쁨과 축복으로, 또 어떤 이들에게는 겨울 혹한 추위처럼 눈물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진정한 봄은 마음에서 온다. 하늘 아래 모든 이들이 봄꽃을 보며 웃음 짓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