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2년 5월 이후 대한민국에는 정치가 사라졌다. 모든 정책이 윤석열 입맛대로 돌아갔다. 대통령실 인사를 비롯해 내각 구성과 각급 정부 산하 기구에 상식 밖의 인물들로 채워졌다.
당연히 정의와 상식은 사라졌다. 대신 권력에 빌붙은 자들의 마구잡이식 사고방식이 정의와 진실로 둔갑했다. 윤석열 주변에는 모두 아부꾼만 모였다. 분뇨에 똥파리만 모여드는 형국이었다.
심지어 경호처에서는 그를 ‘하늘이 내려주신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윤석열에게 정책기조를 바꾸라며 항의하는 국회의원조차 ‘입틀막’을 당했다. 그 국회의원은 필자 앞에서 사지가 들린 채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윤석열은 극우세력에게는 위대한 대통령이었지만, 다수의 국민과 야당의 눈에는 5살짜리 아이가 총과 폭탄을 손에 들고 뛰어다니는 철부지처럼 위험한 존재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해외 순방에 맛 들인 윤건희 부부는 예비비까지 털어가며 쇼핑중독 증세를 풀었다.
그것도 모잘라 그는 끝내 친위쿠데타를 단행했다. 비상계엄을 통해 영구집권을 노린 것이다. 그 끝은 탄핵이라는 무거운 중벌로 마감하는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동안 무소불위의 힘으로 온갖 건방을 떨던 윤석열은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한겨레신문과 퇴임 후 처음으로 2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은 정치 부재의 현 상황을 전 대통령의 눈으로 설명했다. 대담에서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잘못한 일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기용한 일이라고 했다.
당시 검찰개혁을 추진하던 문 대통령은 다른 후보자들이 모두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바람에 그를 기용했다며 여러 번 자탄(自嘆)했다. 그는 윤석열을 검찰총장 기용에 많은 사람이 찬성했다고 했다. 반면 윤석열을 가까이 지켜본 사람들은 반대했다고 회고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윤석열은 욱! 하는 성격에 자기 사람만 챙기고 흥분하면 제어하기 어려운 성격을 지적했으나 검찰개혁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용하게 됐다고 문 전 대통령은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이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자괴감이 아주 컸다고 했다. 여기에 이번 계엄·탄핵 사태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이었다”라고 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일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이유가 검찰개혁이었는데 일부 수사권을 축소한 정도에서 끝나고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를 만들어 어느 정도 개혁을 이루었지만,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외려 검찰 권력이 나라를 지배하게 됐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권을 지켜보면서 검찰 권력의 문제를 국민 모두 절실하게 알고 공감하게 되었으므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수사권은 경찰이, 기소권은 검찰이 갖는 등 검찰개혁을 반드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온 힘을 다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무소불위를 차단하려 했을 때, 오히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윤석열의 손을 들어주는 치명적인 오류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이후 윤석열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필자는 지난 2021년 7월 8일 자 전주일보 발행인 칼럼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라는 글을 썼다.
그래야 향후 치러지는 대선에서 민주 진영 후보의 정권 재창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필자는 어느 자리에 가든, 문 대통령이 “열 길 물속의 깊이는 알 수 있지만, 사람 속은 알 수 없었다”라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당시 대선 기간에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후보와의 인연(?)에 대해 사과했다면 대선 결과는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지난 7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과 관련, ”후회하고 있다”라고 했다. 더욱이 그는 검찰총장 해임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이 없었다고 변명했다.
그리고 윤석열을 해임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총장 자리에서 쫓아냈다면 역풍이 불어 대선에서 크게 불리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역풍 때문에 법을 어기고 자신의 입맛대로 검찰권을 행사한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는 문 전 대통령의 변명에 필자는 또 한 번 그의 무능함에 한숨지며 분개한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치욕스러워하며 당 떠난 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잠자다 봉창 떠는소리로 들렸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사과하라는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 전 경남지사는 국민의힘으로 전향한 김한길 전 의원과 이낙연 전 의원에게 사과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찬성표를 던진 자들에게 사과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자신의 지분을 민주당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헷갈린다.
문 전 대통령의 변명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발언은 모두 때(時)를 벗어났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그 시절에, 아니면 대선 기간에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에 대한 소견과 사과를 했어야 맞다.
김경수 전 지사 또한 작금의 현실에 전혀 부합되지 않은 주장이다. 지난 대선,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상 조기 대선이 눈앞에 다가오자 슬그머니 고개를 쳐드는 그들의 모습에서 0.73%P의 수치가 뇌리에 어른거리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어찌됐든지간에 또 다시 대선 정국이지만, 지금은 민주진영 모두가 윤석열의 탄핵에 집중해야 할 때다. 윤석열이 김경수 전 지사를 사면·복권해 준 이유를 문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정치인들은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