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에 돌아버리는 정치까지
찜통 더위에 돌아버리는 정치까지
  • 김규원
  • 승인 2024.08.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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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지난 7월 지구 평균기온이 17.1로 역대 최고였다고 한다. 8월에는 더 더웠으니 몇 를 기록할지 모르지만, 이웃 나라들을 돌아보면 지금 우리가 행복한 투정을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지난 7월말 중국에 몰아친 폭우는 숱한 사상자와 재산피해를 냈다.

 

뒤이어 중국에 상륙한 태풍과 폭우에 얼마나 큰 피해가 났는지 감추기를 좋아하는 중국이어서 알 길은 없지만 엄청나다는 건 짐작할만하다. 영상을 통해 호수가 범람하고 집들이 통째로 무너져 떠내려가는 광경은 실로 무서웠다.

 

서쪽의 중국만 아니라 동쪽 일본의 자연재해도 그 피해 규모가 대단해 보였다. 지난 42일 일본 북쪽 이와태현에서 진도 6.1 지진을 비롯해 88일 남쪽 미야자키시 인근에서 진도 6.9 지진까지 거의 전역에서 잇따라 지진이 이어졌다.

 

지난 32일 일본 지바현에서 시작한 지진은 89일 가나가와현에서 진도 5.3 지진까지 진도 5 이상 지진만 14차례나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대지진의 악몽을 떠올리며 경보를 발령했다가 지난 15일 해제했다.

 

일본은 지진만 아니라 5, 6, 7호 태풍이 잇따라 상륙하면서 많은 비와 강풍이 몰아쳐 큰 피해가 났다. 일본도 솔직한 통계를 제대로 발표하지 않는 습성이어서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후쿠오카 원전에서 침출수까지 유출되었다는 정보도 있다.

 

17일 오전, 일본엔 7호 태풍 암필이 도쿄 인근을 지나며 상당한 피해가 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피해 반경에 들 해수욕장 4곳을 폐쇄하고 열차와 항공편이 결항하고 관광시설들도 문을 닫고 태풍에 대비했다고 한다.

 

8호 태풍 우쿵도 발생했으나 일본 동쪽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하여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나 일본이 태풍과 폭우에 시달리는 동안 우리나라에는 찜통더위가 이어졌지만, 양쪽 나라에 비하면 우리는 행복한 투정인 셈이다.

 

우리나라 상공에는 강력한 티베트 고기압대와 북태평양 고기압이 맞물려 덮고 있었기에 한반도는 무서운 수해를 당하지 않은 셈이다. 태풍이 고기압 세력을 밀고 올라올 수 없으니 중국으로, 일본으로 방향을 돌려 상륙하거나 지나면서 엄청난 비를 뿌린 것이다.

 

더워서 힘들었지만, 폭우와 태풍에 날리고 찢기는 피해는 면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중국의 물 폭탄 영상을 보며 그 기압대가 우리나라에 올까 봐 걱정했더니 그럭저럭 지나갔다. 무지한 정치에 속상한 우리 국민이 가엾어서 비켜 간 것인가 싶다.

 

중국과 일본 두 나라는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우리는 인재(人災)에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무지막지한 정치, 국민이 어찌 생각하든 내 맘대로 마구잡이로 권력의 칼을 휘두르는 정치다. 생각해보면 맘고생 심한 우리 국민이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중국 예기(禮記)의 단국 하편이야기다. 공자가 제자들과 제나라로 가느라 태산 기슭을 지나는데 어떤 여인의 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살펴보니 어느 여인이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가 제자 자로(子路)에게 연유를 알아보게 했다. 자로가 여인에게 사연을 물었다. 여인은 시아버지가 호랑이에 물려 돌아가셨고, 남편도 호랑이에 물려 죽었으며, 자식도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기에 울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자로는 여인에게 그런데 왜 이곳을 떠나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었다. 여인은 이 고을에는 모진 정치가 없기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살면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당하거나 못된 벼슬아치에게 재물을 뺏기는 일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자로가 여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말하자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잘 들어라! 가정맹어호(모진 정치는 사나운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고사다. 여기서 가정맹어호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정부는 상속세 부과면제 액수를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높인다. 대기업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적용되던 20% 할증 평가도 폐지하여 부자들을 돕는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 일해서 5억 원을 벌면 소득세 2억 원을 내지만, 일 안 하고 5억 원을 상속받으면 세금이 없다.

 

한 달에 원고료 50만 원을 받아도 소득세 16천 원을 공제한다. 물론 이런 저소득에 대해서는 연말에 돌려주지만 일단 모든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부터 공제한다. 그런데 상속으로 5억 원 공돈을 받는 데는 세금을 안 받겠다는 정부다.

 

국민이 표를 주어 선택하는 마음은 내가 바라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이 기울어서 표를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 지지를 받아 당선한 사람이 그 다수의 뜻이 아닌 자신의 고집대로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배신이다.

 

독립기념관 등 중요 민족정신 함양 기관장에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거듭 임명하여 말썽을 빚었다. 더하여 주요 군부 책임자 자리를 대통령과 동문인 충암고 출신들이 차지하더니 국방부 장관도 충암고 출신인 경호실장을 지명했다.

 

그동안 보수 세력이 여러 차례 권력을 잡았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이고 일방적인 편먹기 정치는 없었다. 국회가 결정한 법률안은 거의 거부권으로 돌려 보내서 헛짓으로 무력화한다. 야당이 다수인 국회와 대척점에 선 정부의 힘이 훨씬 쎄다.

 

국민이 준 권력을 법대로 행사한다는 대통령실과 여당은 국민이 정부를 견제하라고 뽑아준 다수 야당의 국회 운영을 의회 독재라고 비판한다. 0.74%를 더 받아 당선한 대통령의 힘이 국민이 108192석을 만들어준 국회를 무시하는 정치가 바로 가정(苛政)이고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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