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 제지 공장에서 근무 중 숨진 10대가 생전에 기록했던 수첩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4일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A(19)군이 생전 작성한 수첩을 공개하며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A군은 지난 16일 오전 9시 22분께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의 한 제지공장에서 3층 설비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A군은 혼자 작업을 하러 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개된 수첩에는 A군이 생전 못다 이룬 목표 등이 빼곡히 적혀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A군은 수첩에 2024년 목표로 ‘남에 대한 애기 함부로 하지 않기’, ‘하기 전에 겁먹지 말기’,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운동하기’, ‘구체적인 미래 목표 세우기’, ‘예체능 계열 손대보기’ 등을 기록했다.
또 ‘6개월 안에 모든 설비 공부하기’, ‘파트에서 에이스 되겠음’ 같은 직장에서의 목표와 업무 내용 등도 적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살 빼기, 이성 대하는 법 등 10대 관심사와 구체적인 월급 관리 등 다양한 인생 계획 내용도 기록했다.
앞서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유족은 기자회견을 통해 “돈을 모으고, 언어와 경제를 공부하고, 편집기술을 배우고, 악기를 다루기 원했던 꿈 많던 만 19세의 청년 노동자는 본인이 원하던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숨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만 19세 청년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고인의 죽음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건강했던 19세의 청년 노동자가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사망한 점, 2인 1조 작업 수행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고 유해 위험 요인인 유독가스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현장에 혼자 투입된 점 등 이번 사건 사고가 명백히 인재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장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다치고 죽지 않게, 고용노동부는 해당 공장을 특별근로감독하고 진상규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