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지지도 최하를 기록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 참석하여 의원 전원에게 맥주잔을 돌리며 대선 때 하던 모양대로 어퍼컷을 날리며 즐거워했다는 소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부터 30일까지 사흘동안 전국 만 18살 이상 1001명을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1.1%),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1%, 부정평가는 70%로 나타났다.
긍정평가 21%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파동과 촛불집회 등으로 2008년 6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기록한 것과 같은 수치로, 사실상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이런 지지율로 국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취임 뒤 최저치, 부정평가 또한 취임 뒤 최고치다. 일주일 전보다 각각 3%포인트씩 내리고 올랐다. 이런 가운데서도 윤 대통령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즐거워했다니 할 말을 잊는다.
더구나 그날은 군대에 입대하여 10일 만에 얼차려 당하다가 사망한 훈련병의 영결식을 치르던 날이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애도를 표하기는커녕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하여 술잔을 돌리고 신바람이 나서 ‘어퍼컷’을 날릴 수 있었을까?
1일에는 채 해병 특검법 재의결 부결 후 첫 주말 도심 집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과 해병대 예비역 대원 등 시민이 함께한 더불어민주당 범국민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이 참여하여 특검법 부결에 대한 분노와 대통령과 여당을 규탄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는 조국 혁신당원과 시민 1,000여 명이 모여 ‘조국혁신당 대통령실 포위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서 채 해병 순직사고 수사외압사건은 직권 남용에서 국정농단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법 방해를 멈추고 특검으로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한겨레신문은 윤 대통령이 30일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 참석해서 “이제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한 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고 개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아 나라를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라고 전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워크숍을 끝내며 “108명이 단결해 거대 야당에 결연히 맞서 싸을 것”이라는 결의문을 냈다. 정작 중요한 민생정당, 정책정당의 비젼은 보이지 않는다. 총선이 끝났으니 도로 ‘여의도 출장소’가 되기로 한 것인가 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1일 <“108석은 큰 숫자” 엄중한 위기의식 없는 국민의힘>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국민의힘 워크숍을 언급하며 “여권이 뭉치자는 다짐 소리는 컸지만, 대통령실의 거수기 노릇만 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조선일보는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08석을 소수 정당이라고 하는데 108석은 굉장히 큰 숫자다. 우리 뒤에는 대통령이 있는 정말 강력한 정당”이라고 밝힌 대목을 짚어내며“국민의힘 지도부의 인식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비타협, 그래 놓고 이른바 '격노설'엔 가타부타 입을 닫아버린 불통,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두고선 검찰을 견제하는 듯한 태도 등으로 실망감을 줬다”고 비판했다.
또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워크숍 만찬 풍경은 총선 참패를 잊은 대통령과 여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은 일일이 맥주를 따라 돌렸다. 원내대표는 '똘똘'이라 선창하고 의원들은 '뭉치자 뭉치자'를 따라 외쳤다. 선거 패배가 언제였냐는 듯 위기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한겨레와 전통 보수 신문들도 차마 보기 어려운 대통령과 여당의 행태를 보고 노골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언론만 아니라 야당도 일제히 대통령과 여당의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심지어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통령과 여당 수뇌를 비판하고 있다.
각 언론이 보도한 내용처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서는 총선에서 국민이 보여준 질책에 대한 반성이나 변화의 조짐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오로지 대통령과 108명 국회의원들이 단합하여 거대 야당의 공세를 막겠다는 각오만 드러냈다.
종합해보면 대통령이나 여당은 총선에서 국민이 준 108석의 의미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불안한 마음에 의원연수를 통해 단합과 ‘하나’라며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한듯하다. 국민의 질책에 대한 향후 변화와 각오를 다져야 할 자리였다.
총선 직후 당황하여 민주당 이 재명 대표와 만나던 일은 다급한 마음에 해본 해프닝이었다는 의미로 보인다. 국민 앞에 잘못을 빌고 새롭게 국정에 임하겠다는 모습은 없다.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불통의 정치로 이어질 모양이다.
이런 정황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우선 한 고비 넘긴 채 해병 특검문제도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민주당이 1호 안건으로 촘촘하게 수정하여 마련해 두었다. 108명 가운데 8명이 마음을 돌리면 거부권도 무용지물이 된다.
그런 일이 없도록 다지기위해 새국회가 열리자마자 의원 연수회를 연듯하지만, 국민 여론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정황에서 과연 의원들이 당론만 좇을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21%의 국정 지지율은 정권 유지가 어려운 수치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일해도 모자랄 판이다. 정권 유지에 매달려야 하는 대통령이라면 국민이 불행한 일이다. 진솔하게 사과하고 잘못을 빌 줄 아는 좋은 지도자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