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행사가 지난해 북한 핵무기 실험으로 중단된 이후 1년여 만에 재개됐다.
화상상봉장 곳곳은 반세기만에 만난 남과 북의 가족들이 감격적인 상봉을 하며 눈물바다가 되기도 하고 때론 기쁨과 웃음이 넘쳐나기도 했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를 비롯한 전국 9개지역 13개상봉실에서 사흘간의 일정으로 제5차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일제히 시작했다.
이번 화상상봉 기간에 남과 북에서 120가족 865명이 참가해 남측 60가족 262명이 152명 재북가족을 만나고, 북측 60가족 172명이 279명의 재남가족을 만난다.
첫날 전국의 이산가족 화상상봉에서는 오전 8시부터 한 가족당 2시간씩 모두 40가족이 남한과 북한에 마련된 상봉장에서 비록 화면 속 가족의 모습이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혈육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상봉에는 이창화 할아버지(95)와 북에 있는 홍옥(67.여), 홍영씨(64) 남매가 화상상봉을 했다.
이 할아버지는 "나 혼자 살겠다고 전쟁 통에 너희들만 두고 내려 온 내가 죄인"이라며 가슴에 응어리 졌던 말을 토해냈다.
이에 어느 덧 환갑을 훌쩍 넘겨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남매는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라며 오히려 혈혈단신 남쪽으로 내려와 고생했을 아버님을 위로했다.
수원 상봉장에서는 남측 최고령자인 최병옥 할아버지(102)가 북한에 있는 자식들을 만났다. 지팡이를 짚고 손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상봉장에 들어선 할아버지는 "밤새 잠 한숨 못 잤다"고 말했다.
최 할아버지는 스크린을 통해 북에 있는 세 남매의 모습이 보이자 빛바랜 사진 속에 있는 어린 자식들의 모습과 비교하며 애틋한 정을 나눴고 상봉이 끝날 무렵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광주에서는 정도섭씨(70)가 50여년 만에 형 도윤씨(76)를 만났다. 이들 형제는 화상을 통해 만나는 순간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동생 도섭씨는 "6.25당시 인민군이 데려갔던 형이 죽은 줄로만 알고 제사까지 지내왔다"며 "20년 전에는 영혼결혼까지 시키기도 했다"고 흐느꼈다.
형 도윤씨는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셨냐"며 "이제 부모님 제삿날을 알게 됐으니 마음 놓고 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편 상봉 개시에 앞서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와 조선적십자회 장재언 중앙위원장이 화상대화를 나눴다.
화상대화에서 한 총재는 "화상통화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에도 10여명의 고령 이산가족들이 돌아가시고 있다"며 "지금처럼 일년에 두 세 차례 200∼300명 만나는 걸로는 이산가족들이 겪을 고통을 해소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 총재는 "이산가족 면회소와 화상상봉센터를 빨리 건립해서 상봉 횟수와 규모도 늘리고 만나는 장소도 넓혀 이산가족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제의했다.
이에 장 위원장은 "인도적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15 공동선언 정신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며 "하루 빨리 흩어진 가족들이 한데 모여 사는 날이 앞당겨지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상봉장을 방문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평양 화상상봉센터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만들면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적으로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