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가 저지른 비상계엄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난동에 나라가 송두리째 흔들렸다. 시민은 거리로 나오고 환율이 뛰어오르고 증권시장은 외국인의 팔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 유동성마저 걱정하게 됐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 전개되었다.
‘내가 왕인데 국회 따위가 뭐라고 예산을 깎아? 그것도 내가 아끼는 감사원, 검찰, 국정원의 특활비를 탈탈 털어 0원으로 만들어?’. 그의 머릿속에 국회를 장악한 야당이야말로 한 주먹 감도 안 되는 만만한 상대라고 보였을 듯하다.
그래서 어찌 해보려는데 쉽게 처리할 방도가 없다. 앙앙불락 고심하는 눈치를 보던 김 아무개가 슬그머니 귓속말로 꾀를 일러준다. 계엄을 선포하여 잡아들인 다음 북과 내통한 집단으로 몰아 다급한 선택이었다고 국민을 속여보자고….
몇 번이나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보며 마르고 닳도록 나라를 주물러보겠다고 궁리했던 일을 감행(?)했다. 눈앞에서 입속의 혀처럼 살갑던 군인들을 이용하면 국회쯤이야 식은 죽 먹기로 해치울 수 있다고 믿었을까?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과정에서 문제 인물들을 일망타진하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는데, 국회의원 192명이 방망이를 뚝딱 쳐서 계엄을 해제해버렸다. 다 잘되었는데 국회에서 시민들이 막아서자 군인들이 머뭇거려 기회를 놓쳤다.
스스로 왕이라고 믿었던 자는 탄핵 쥐덫에 갇혔다. 쥐덫에 갇히면서도 어리석은 쥐는 끝까지 싸워보겠다고 했다. 나라의 주인들이 분노해 쥐덫을 불에 올려 태워버릴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아직도 연민의 정이 남은 줄 착각하고 있다.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 동안 착각을 확인하고 절망하는 순서가 이어질 것이다. 우리에겐 뒷일을 주시하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후유증을 감당하고 추슬러야 하는 책임이 남아있다. 자칫 한눈을 팔다간 장님 무사가 다시 칼을 쥐게 할 수 있다.
앞으로 90일 남짓, 우리와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흐트러지지 않은 마음으로 분위기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 다른 자가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세계인에게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믿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지난 31개월 동안 부서지고 뒤틀린 나라의 모습을 바로 세워야 한다. 불의가 정의로 둔갑한 것들과 마구잡이 세력이 흩트려 놓은 질서도 되돌려야 한다. 검사들의 손에 넘어간 국민 주권이 주인에게 돌려져야 세상이 바로 선다.
세계인이 감동할 만큼 우리의 정연한 시민의식과 당황하지 않는 걸음걸이로 의연하게 걷는 모습을 보여주자. 그리하여 ‘Made in Korea’를 세계인이 더욱 사랑하게 하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성지’로 인식되어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게 하자.
더하여 다시는 얼렁뚱땅 선동에 휘말려 위험한 자의 손에 칼을 쥐게 하지 않도록 그동안의 일을 국민 각자의 뇌리에 화인(火印)으로 새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