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오거리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목표액의 1%를 달성할 때마다 온도계가 1도씩 올라간다. 그리하여 마침내 100도에 이르면 탑 꼭대기에 불이 켜진다. 전북의 온도탑은 그동안 매년 목표를 조기 달성하여 불을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89.8도에 머물러 불을 밝히지 못했다. 지난해 목표액은 116억1,000만 원으로 그 전해 84억5,000만 원에서 무려 34% 증액하며 무리한 목표를 설정했다가 불을 밝히지 못했다. 올해도 같은 금액을 목표로 정했다는 데 그 속내를 모르겠다.
쉬운 예로 인구 320만인 부산시의 목표가 108억 원인데 170만 인구조차 무너진 전북이 116억1,000만 원이라니 정말 터무니없는 목표액이다. 인구 절반인 전북이 부산시보다 8억1,000만 원 더 많은 목표를 설정한 설정 자체가 문제다.
지난해 전북이 모금한 액수는 104억 3,000만 원이었다. 전북의 모금액은 인구 1인당 액수로 계산하면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과도한 목표를 할당하여 목표의 90%에도 이르지 못했다. 전북보다 인구나 생산액이 훨씬 많은 지역들이 전북보다 목표액이 적다.
더구나 올해는 도내에서 숱한 업체들이 폐업하고 지역 경제가 내리막에 있는 상황인데 지난해와 같은 액수를 목표로 정한 건 무리라고 본다. 올해 전국 목표액이 4,49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목표액을 정했다고 한다.
올 체감경기가 ‘한파’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북의 목표는 지나치게 높다. 그동안 가난한 지역이지만 선한 심성에서 열심히 이웃돕기에 참여해 해마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게 꼴보기 싫어서 과도한 목표를 설정한 게 아니라면 전북 목표는 수정해야 옳다.
착한 전북인의 마음 씀씀이에는 자신이 어려운 형편에서 먼저 남을 걱정하는 천사 DNA가 숨어있다. 내가 먼저 살고 보자는 이기심(利己心)이 아니라 내가 이렇게 어려운데 남들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걱정하는 이타심(利他心)이 발동한다.
해마다 연말이면 한 해 동안 푼푼이 모은 돈을 동사무소에 몰래 전하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이어지고, 도내 곳곳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남을 돕는 착한 마음들이 우리의 마음을 녹인다. 잘사는 부산 경남보다 전북이 더 많은 모금 실적을 보이는 이유다.
어려운 시기에 116억1,000만 원이라는 목표는 분명 과도하여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난해에도 실패한 액수를 어려운 올해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어려운 시기에 서로 마음을 나누며 견딜 수 있었다.
그저 목표를 의식하기보다 어려운 내 이웃을 돕는 마음으로 저마다 십시일반, ‘나누면 커진다’는 진리를 묵묵히 실천해보자. 적지만 나누는 마음들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목표라는 허울에 매달려 아등바등하지 말자. 그저 나누고 도우며 그렇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