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우범기 시장이 지난 30일 ‘전주시 2034 영화영상산업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10년간 5,750억 원을 투입해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수도, 전주’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영화도시 전주에 새로운 영화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발표였다.
특히 시는 기존 영화영상 촬영도시에서 기획·제작·투자까지 이뤄지는 영상산업도시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전주권 5개 거점별로 특화단지를 조성해 연결하는 ‘영화영상산업 펜타곤 벨트’를 구현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범기 시장은 “전주는 방대한 문화콘텐츠의 원형을 지닌 도시로서 한국영화사 100년 역사를 간직한 영화 도시의 저력과 세계적인 전주국제영화제를 만들어온 예술문화의 힘, 촘촘한 영화영상 인프라 등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영화영상산업의 수도’로 우뚝 서겠다”고 했다.
이 계획의 내용은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수도, 전주’를 비전으로 △글로벌 영화촬영 거점 조성 △미래영화영상 기술 혁신 △세계적 영화관광도시 조성 △강한 영상산업 생태계 마련 등 4대 전략, 10대 추진과제로 구성했다.
우범기 시장의 이 같은 계획은 전주의 역사와 지역 특성과도 어울리는 합당한 계획으로 보인다. 전주는 예로부터 진정한 예술의 고장이었다. 전주 대사습놀이가 이어온 맥락도 전주를 바탕으로 발전한 소리 문화의 본고장이었기에 가능했다.
오래전에 노래와 함께 줄거리를 만든 ‘창극’이나 ‘연극’을 새로 만들면 맨 먼저 전주에 와서 공연을 해보았다. 전주 공연에서 손님을 모아 성공하면 그 작품은 전국을 돌며 흥행을 이어나갔지만, 전주 공연에서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극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
그런 전주시가 영화영상도시를 꿈꾸는 일은 ‘고기가 물을 만나는 일’처럼 당연하고 그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그러나 각 자치단체 단체장들이 야심차게 구상하고 추진했던 일들은 대부분 해당 단체장이 바뀌거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법 성과가 있었던 사업도 있었으나, 가능성 여부를 떠나 후임자에 의해 중단되는 일이 거듭되었다. 사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시행까지 막대한 예산이 들었지만, 취임 전 인수위원회에서 이미 폐기 사업으로 지목되어 소중한 세금만 낭비되었다.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지 않으려면 자치단체에도 제대로 된 사업 타당성 검토와 후임자에 의해 사업이 취소되는 일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전주를 영화영상사업의 본거지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모두의 힘을 합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시민이 기억하고 동참하는 사업으로 내걸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일부 공직자들만 아는 사업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고 점검하는 사업으로 만들어 정부에서도 관심을 두는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