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운영과 관련, 지역위원회 등 중앙당의 입김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폐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어서 정치권의 자성과 성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나 지방의회 모두 의원의 임기는 4년으로 통상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의정활동을 한다. 의회는 관련 법에 따라 전·후반기 의장을 비롯해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을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호남의 경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광역 및 기초의회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한 호남지역 지방의회는 민주당의 일방적 의회 운영으로 이뤄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특히 소수정당에서는 다선이라 할지라도 의장이나 부의장으로 선출되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다. 결국 특정정당(민주당) 중심의 의회 운영은 지역주민 등 구성원들의 손해로 이어지는 사례는 허다하다.
그럼에도 수년 동안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을 놓고 위원장을 비롯해 당국자들의 입김이 적용되는 폐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중앙당에서는 지역위원회가 지방의회 원 구성에 대해 간섭을 못하도록 당헌·당규에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위원회 당국자나 위원장이 사사로이 의장단 구성에 관여하는 정황이 포착되거나 이에 불만을 뿜은 의원이 탈당을 불사하기도 한다.
실례로 지난 1일 정읍시의회는 제9대 후반기 의장단을 무기명 비밀투표로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했으나 지역위원회에서 사전에 승인(?)한 의원이 부의장에 낙선했다. 이른바 위원회의 지휘를 거절한 반란표가 나온 것이다.
이에 민주당 정읍·고창 지역위원회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읍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지역위원회가 사전에 의결한 내용을 준수하지 않은 의원을 발본색원, 해당 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정읍시의회 의원들이 자유롭게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했는데도 지역위원회가 나서, 사전에 점지한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지 않은 의원을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지역위원회 당국자를 비롯해 위원장이 소속 지방의원을 원활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는 의장단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고육책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방의원 공천권을 손에 쥐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의원을 선택해 의장이나 부의장, 심지어 상임위원장 자리에 임명(?)하는 정치력은 차단되어야 한다.
솔직히 지역위원장에게 공천권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위원장이나 당직자에게 복종하는 지방의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지역위원장의 공천권 행사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공천권이라는 힘을 활용해 의회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특정인을 지명하는 일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합리적 방법으로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거나, 상식적인 수준에서 지방의회 운영에 대한 간섭은 이해할 수 있다.
오죽하면 이복형 의원이 탈당을 감수하며 윤준병 지역위원장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 하겠다는 불협화음의 목소리를 냈을까?
지방의회가 발전하려면 지방의회에 대한 중앙당과 지역위원회의 간섭을 없애야 한다. 그래도 간섭해야겠다면 의원과 지역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당무를 처리해야 할 것이다.